재판부는 “피고들이 입찰의 낙찰자, 입찰가격, 낙찰가격 등을 결정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가 업체들의 담합으로 입은 손해액을 총 113억 원으로 산정했는데, 지난 2005년의 담합행위는 소송제기일인 2011년 기준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5년이 지나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됐다. 또한 재판부는 “국가가 업체들의 담합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업체들의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앞서 엘에스산전과 비츠로시스, 건아정보기술, 토페스, 르네코, 하이테콤시스템 등 6개 업체는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무인교통감시장치 구매를 의뢰받아 입찰에 참가했다. 당시에는 2000년 이후 도입된 기술검사인증제도로 이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각 업체 사무실 등에서 모여 정보를 나누고, 경찰의 입찰 공고가 나면 모임을 통해 각자 원하는 낙찰 희망지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해 입찰일의 2∼3일 전까지 조율을 마쳐 내부 합의를 끝냈다.
이에 따라 입찰이 시작되면 해당 지역의 낙찰 예정자로 약속된 업체는 조달청이 책정한 기초금액의 97∼98% 정도 가격을 써냈고, ‘들러리’로 참가한 업체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이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담합해 미리 지정한 업체가 낙찰되도록 했다.
이런 행위는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돼 총 38억여 원의 과징금이 업체들에 부과됐다. 이에 이들 업체는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업체들은 이어진 국가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패소한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