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호사가 어떻게든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라고 낙인찍힌 주홍글씨를 떼어 버리고 싶었을 심정이란 것을 충분히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랬던 그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시점에 느닷없이 국정원의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지난 2월 2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수사 주역은 이인규, 우병우 부장인데, 노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던 당사자로서 억울하다는 형식을 띠고는 있으나, 우병우 민정수석 취임 직후라는 점과 MB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무상비밀누설 공소시효 5년 경과 뒤 작심발언이라는 점,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 국면에서 나온 점 등을 종합하면, 다목적 다용도 의도적 발언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억울함을 표출한 시점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야당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가 단순히 책임 회피 및 전가를 위해 이 같은 폭로를 감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우병우 전 대검 중수1과장은 자신이 당시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나는 와중에서도 승승장구하며 최근에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까지 꿰차고 앉은 상황에서, 자신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라는 야심이 발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인규 변호사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들고 있는 정보를 일정 부분 과시하는 한편, 새 정권에서 뭔가 반전을 모색해 보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변호사가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ㆍ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 차원에서 미리 일정 부분 폭로를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