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이 왜 생기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특정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울 만큼 발생기전에 대한 논란도 많다. 때문에 현대 의학에서 뇌전증의 치료는 항경련제의 사용을 위주로 경련 자체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치료에 대한 평가도 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원인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증상을 차단한 치료라는 점에서 복용 중단 시 재발 우려가 있다. 또 여러 국내외 논문을 통해 항경련제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예후가 불량해 약물로 조절하기가 어려운 힘든 유형의 간질에서는 치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통상 신생아부터 영아기 특히 생후 5-6개월 까지는 경련의 빈도가 매우 낮은 편이어서 ‘간질의 침묵기’로 불리기도 한다. 이 시기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경련에는 ‘영아연축(웨스트 증후군, West syndrome)’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LGS(Lennox-Gastaut syndrome)’ 라고도 부르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대부분 다른 유형의 발작이 먼저 나타는데 약 1/5 정도가 영아연축에서 이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 증후군은 치료에서 가장 반응이 좋지 않은 간질 증후군의 하나로, 경련 조절이 어렵고 지능 박약이 동반돼 예후가 심히 불량한 경련으로 알려져 있다.
강직 발작이 주된 형태지만 발작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 탈력 발작, 비정형 결신 발작, 근간대성 발작이 동반되기도 한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아동의 약 50% 정도에서 간질중첩증이 나타난다.
양방에서는 여러 종류의 항경련제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그 부작용으로 더욱 개선하기 힘든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에 수술적 요법의 뇌량절제술(corpus callostomy)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방에는 이처럼 발달장애가 동반된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뇌 발달을 촉진하는 원리의 침 치료나 탕약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사례도 있다.
동서융합병원 김문주 원장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소아 뇌전증의 한 형태로 2~6세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난치성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치료를 필요로 한다”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가족들이 받는 고통도 심각한 데다 대부분 심각한 정신 지체나 발달장애로 인해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인지도 개선과 발달에 초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항경련제나 탕약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와 예측되는 원인에 맞게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소아 뇌전증의 경우 초기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정밀한 진단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