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원장 이재호)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기억의 집> 등 9종과 ‘3월 청소년 권장도서’로 <사람은 왜 알고 싶어 할까> 등 9종을 선정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매달 좋은책선정위원회를 통해 문학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유아아동 분야의 책 ‘이달의 읽을 만한 책’과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홈페이지(www.kpipa.or.kr)에서 볼 수 있다.
#3월의 읽을 만한 책
<기억의 집>은 역사학자 토니 주트의 자전적 에세이를 모은 유고작. 생의 마지막 몇 달 동안, 토니 주트는 루게릭병으로 인해 몸이 마비됐다. 주트가 스스로 밝히듯이 혼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그가 찾아낸 해결책은 잠이 들 때까지 자신의 삶과 생각, 환상과 기억, 잘못된 기억 등을 샅샅이 훑는 것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그 문장들을 어떻게 활자로 옮길 것인가? 사지가 마비된 그에게 메모장과 연필은 무용지물이었다.
주트는 밤새 떠올린 이야기들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정신적 저장 장치 ‘기억의 궁전’을 짓고, 문장들을 집의 세부 즉 바와 식당, 라운지, 뻐꾸기시계 등에 차곡차곡 채웠다. 다음 날 조력자가 그 문장들을 받아 적었다. 각각의 글은 주트 개인의 자전적 삶의 단편을 다루고 있다. 주트는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런던 거리에서부터 21세기 뉴욕의 주방을 오가며 과거의 경험과 추억을 반추한다.
#3월 청소년 권장도서
<사람은 왜 알고 싶어 할까>는 저자 채운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건을 겪었는데도 서로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든지,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해석이 엇갈렸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맞고 상대는 틀린 게 분명한데, 상대편에서 자기가 맞고 나는 틀렸다고 하면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내가 안다(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사과 한 알을 둘러싸고도 우리의 상태, 우리가 놓인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게 감각하고 다른 식으로 앎을 구성하는 예를 열거하며 저자는 “이쯤 되면, 우리가 아는 건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다.
이 책은 동서고금의 철학자 및 사상가,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들, 그림, 문학작품에서부터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들과 더불어 우리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례들을 통해 ‘앎’이라는 화두를 능란하게 돌파한다.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