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품에 안아주고 토닥이면 금방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잠들고 아침이 되면 밤에 벌어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증상을 야경증(night terror)이라고 하며 소아기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수면 각성 장애이다.
야경증은 소아의 약 1~6%에서 보이는 질환으로 4세에서 8세 사이에 가장 흔하게 보인다. 가족력이 있어 부모가 야경증이 있었던 적이 흔하며 특히 남자 아이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 또한 야경증은 틱장애, ADHD, 뇌전증,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야경증이 있다면 상기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아야 한다.
휴한의원 마포점 김대현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아이가 밤에 수시로 깨서 보채는 것을 야제증이라고 해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증상을 치료했다. 소아는 성장발달 과정에 있어 중추신경계가 미숙하므로 각성 기전 역시 불안정하여 야경증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가족간의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있고 낮에 심한 공포감이나 피로상태를 겪었다면 야경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말한다.
야경증은 흔히 수면 전반 1/3에서 나타나므로 잠든 지 3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질러 부모가 알게 되며 놀란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울거나 팔을 내젖는 등 특징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며 숨이 가빠져 있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땀을 흘리는 등 자율신경계의 기능 항진증상이 동반된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5분을 넘지 않는다. 부모가 달래거나 자극을 주어도 반응을 하지 않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흔히 아이에게 야경증이 보이면 크면 좋아지겠지 생각하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경증이 수개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김대현 원장은 “야경증은 수면부족을 유발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아이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수면부족으로 인해 두통, 복통,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아침에 깨기 힘들어하고 낮에는 심하게 졸려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어 “한편 불면증, ADHD, 틱장애, 간질, 발달장애와 같은 뇌신경질환의 영향으로 야경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야경증을 별 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이러한 질환을 보지 못한다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가 자다가 깨서 소리를 지르면 바로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주고 안심시켜준다. 아이가 안정되더라도 완전히 깨는 것이 좋기 때문에 물을 한 컵 마시게 하거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게 한다. 전에 야경증을 보였다면 혹시 다치지 않도록 주변에 깨지기 쉽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치워둔다. 또한 너무 피곤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서운 내용의 TV나 동영상을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