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전병관 경희대 교수
생활체육회는 주로 정치권 인사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박철언 전 의원이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최일홍 전 체육부 장관이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후 2대부터 4대 회장까지 엄삼탁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가 이끌었다. 2012년에는 친박계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 당선됐고 유 전 회장이 2013년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을 대의원들에게 추천해 단독후보로 선출됐다.
올해 국민생활체육회 선거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3일 통과했기 때문이다. 두 단체는 2016년 3월까지 통합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겸직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정치인이 회장직을 맡지 못하게 됐다는 점도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이번 10대 회장 선거에는 서상기 전 회장이 추천한 강영중 교보그룹 회장과 체육인 출신인 전병관 경희대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박창달 전 자유총연맹 총재도 출마 선언을 했으나 지난 4일 최종등록일까지 후보등록을 하지 않아 선거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 강 회장은 세계배드민턴연맹회장 출신이고 전 교수는 유도선수 출신으로 국민생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강 회장은 경영인으로서 국가예산에만 치우치지 않는 효율적 체육회 운영을, 전 교수는 정치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체육인들을 위해 일하는 일꾼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체육회와의 통합에 대한 강점도 각각 다른 각도에서 해석되고 있다.
강 회장을 지지하는 한 체육회 관계자는 “배드민턴협회장 출신으로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다. 서 전 회장도 강 회장을 만나보고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체육회 통합 과정에서도 거물급 인물이 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반면 굳이 거물급 인사보다 체육계를 잘 아는 인물이 낙점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 생활체육회 이사회 멤버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에 중앙에서도 직원 관리를 하며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힘쓰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통합 부분에 있어서는 겸직금지법에 의해 대한체육회도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기에 체육인이 돼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의원인 한 시·도체육회장은 “두 후보에 대한 지지를 떠나 가장 체육회에 공을 들일 수 있는 인물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 출근하면서 지역에 있는 체육인들과 소통해야 한다. 강 회장은 대교그룹을 이끄느라 그럴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겸직금지법에 의해 정치권의 영향력이 사라진 만큼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시·도 체육회장은 “서 전 회장은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입김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차라리 사퇴하기 전에 일찌감치 포스코 회장 등을 추천했으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대의원들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서 전 회장이 추진한 생활체육진흥법의 통과와 1000억 대의 예산 확보 등 체육회가 성장한 상황이라는 점도 대의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150명으로 구성된 대의원의 마음을 움직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