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청와대 경호처에서 특별 버스를 제공했다.
중수부는 박 회장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친형 건평 씨 비리 혐의를 포착, 2008년 12월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건평 씨는 검찰에 출두해 처음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건평 씨가 검찰에서 시켜준 밥을 전혀 먹지 않았다. 억울하게 자기를 잡아온 검찰에서 주는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우리가 증거를 계속 들이대자 나중엔 시인했다. 그러고 나서는 오히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식사를 잘 했다. 설렁탕 말고 된장찌개를 시켜달라는 주문도 했다”고 털어놨다.
대통령 친형을 잡은 중수부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박 회장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는 없는 것 같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박용석 당시 중수부장 역시 박연차 회장 수사를 노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고 한다. 중수부는 박 회장에 대해서 조세포탈 및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2009년 1월 이인규 중수부장이 부임하면서 수사는 다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워싱턴 영사관 파견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뒤 미국에 머물고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알고 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MB맨’이었던 셈이다. 친노 측이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짓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중수부는 이미 구속된 박 회장을 ‘키맨’으로 보고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박 회장이 외국에서 유학하던 아들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공교롭게도 굳게 닫혀 있던 박 회장 입이 열린 것도 이 무렵이다. 앞서의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박 회장 아들이 신동으로 유명했다. 그만큼 박 회장도 아꼈다. 우리가 박 회장 아들을 스크린 했다. 그러자 박 회장이 무너졌다”고 귀띔했다. 검찰이 박 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박연차 회장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향했다. 중수부는 권양숙 여사 및 장남 건호 씨를 조사한 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을 2009년 4월 30일 소환했다. 노 전 대통령은 소환 당일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한 특별 버스를 이용했다. 42승을 특별 개조한 이 버스는 방탄처리가 돼 있고, 미니 테이블도 설치돼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전을 제공한 셈이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주위의 반대로 이를 받아들일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한 친노 인사는 “병 주고 약 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