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미연이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2기 경제팀’ 정책을 평가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창조경제, 2기 경제흐름과 벤처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미연은 최경환 경제팀에 관해 “단기부양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성장잠재력 제고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사안들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공공시설 투자 확대 △지식문화산업 기반투자 확대 △창조생태계 조성 투자확대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창조생태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술금융’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창조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기술금융”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이 이 같은 기술금융의 취약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상당수 지속성장에 실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8월 김광두 원장이 한 세미나에 참석해 별도 PPT 자료로 직접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같은 달 박근혜 대통령은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창업 벤처 기업은 여전히 기술금융에 목말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올해 기술금융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중동 순방에 나선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현지 포럼에서 “기술금융 지원 확대 등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다. 산업은행은 오는 2017년까지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기술신용평가기관 기반 기술금융 프로그램에 총 1조 5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일 기술보증기금은 기술금융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조선일보>는 최근 ‘미래를 여는 창조금융’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로 기술금융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짠 전략이 대통령의 입을 거친 뒤 공직 사회와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전파되는지,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간 공들여 온 기술금융에 관해 정작 여당 관계자들조차 명료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분명한 것은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술금융이라는 게 쉽게 말하자면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아닌, 보유 기술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IT기업들이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자원외교처럼 돈 먹 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 상당히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