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티어에 위치한 ‘베기쉬 타워’는 14층짜리 아파트 건물로, 이곳에는 마을 주민 200여 명이 한데 모여 살고 있다. 이런 까닭에 ‘수직 마을’로 불리고 있으며, 심지어 건물 안에는 경찰서, 병원, 구멍가게, 빨래방, 우체국, 교회 등도 들어와 있다. 말하자면 경찰, 선교사, 바텐더, 시의원, 마약 밀매꾼이 모두 한 건물 안에 모여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한 곳에 모여 살고 있는 이유는 외진 위치와 악천후 때문이다. 해안가를 따라 긴 초승달 모양으로 뻗어 있는 이 마을을 한 번 방문하려면 뱃길을 이용하거나 산을 뚫고 건설한 일차로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이 터널은 밤이면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풍속 96m/s의 강한 바람이나 한 번 눈이 내렸다 하면 6m가 넘게 쌓이는 궂은 날씨도 마을 주민들의 외출에 장애가 되곤 한다. 사정이 이러니 휘티어 주민들이 건물 안에 모든 편의시설을 마련한 것도 무리는 아닌 셈. 일단 밖에 나가면 고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가령 주민들은 잠옷 차림에 실내화를 신은 채 건물 안을 편하게 돌아다니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아무 때나 경찰서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건물에 들어와서 살길 거부하는 소수의 마을 주민들도 있다.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아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교도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