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코스피는 지난해 10월 1일 이후 5개월 만에 종가기준 2000선을 돌파했다. 2월 중순부터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 덕분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미국의 출구전략이 상반기 시행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대외변수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본격화와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리인하로 글로벌 유동성 기조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만 하더라도 1조 5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웠던 유럽계 자금이 2월 순매수로 돌아섰고, 미국계 매수를 늘리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1950선에 닿자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개인, 외국인의 매수가 유입되자 차익실현에 나선 기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유입되는 유럽계는 장기적인 자금이라 보기 어렵다. 유럽의 저금리를 이용해 돈을 빌린 후 한국 시장에 투자해 차익을 거두려는 캐리트레이드(Carry-Trade)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투기적 성격이 강한 헤지펀드들의 근거지인 케이만아일랜드 자금은 지난 연말까지 한국 주식을 내다팔다가 1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관건은 지금과 같은 외국인 태도가 상당기간 유지돼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하는지 여부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이번 반등은 국제유가의 바닥 통과 기대감이 소재(화학·철강), 산업재(조선·기계·건설·운송) 등 경기민감주 내 낙폭과대 섹터 반등의 단초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한 수요부진과 원유 공급시장의 난맥상을 고려해본다면 유가 플레이(유가 반등에 따른 주가 상승)의 추가 연장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KR선물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0선에서 펀드환매 물량에 따른 기관 매도세가 부담”이라며 “결국 시장은 큰 변화보다는 낙폭과대 종목에 대한 저가매수, 상승폭이 컸던 종목군에 대한 차익매물이 혼재된 모습 속에 1995~2005 사이의 좁은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공방 속에 그나마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은 무엇일까. 일단 전문가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곳은 자동차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사실 유로화 약세는 한국 자동차업체에 긍정적 뉴스는 아니지만 2월부터 우리와 함께 유로화 약세 피해국인 일본이나 미국 자동차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4분기 이후 우리 자동차 주가만 유독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가격 매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투싼·아반떼·K5·스포티지 등 신차 출시로 제품구성이 탄탄해질 전망”이라며 “현대차의 중국 4·5공장 착공, 기아차의 중국 3공장 증산과 멕시코 공장 착공도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기대 배당수익률도 2%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고,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주가 수준도 낮아 가격 매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갤럭시 S6을 소개하는 신종균 IM부문 대표.
삼성전자 역시 주목해야 할 종목이다. 지난해 갤럭시 S5의 부진을 신제품 갤럭시 S6로 극복한다면 상당한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위로 코스피 영향력이 엄청나고, 계열사 및 관련주로의 파급효과도 크다. 분명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만한 변수다.
2일 공개된 갤럭시S6에 대한 반응은 일단 부정보다 긍정이 많은 편이다. 신영증권 임돌이 연구원은 “기기 자체도 훌륭하지만 ‘삼성 페이’는 NFC(비접촉근거리통신) 방식뿐만 아니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바코드 방식을 지원, 대다수의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며 “갤럭시 S5가 2014년 누적 기준 4000만 대 미만으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 갤럭시 S6 및 갤럭시 S6 엣지는 올해 5000만 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기대대로 잘 팔린다면 수혜 종목에 대한 투자가 유효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D램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1차 수혜다. 메탈 케이스를 생산하는 KH바텍·인탑스·모베이스·동양강철 등과 일체형 리튬폴리머 2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 초박형 동박을 공급하는 일진머티리얼즈도 후방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방열·차폐 관련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서원인텍·솔루에타·아모텍 등도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메탈 소재가 전파 차단 특성을 가지기에 무선통신 안정성을 높이는 소재·부품 업체 역시 수혜대상으로, 기가레인·와이솔 등이 해당된다.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모듈은 삼성전기,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모듈은 파트론·캠시스가 공급한다. 카메라모듈 부분품을 생산하는 세코닉스·디지털옵틱, AF 액추에이터 업체인 자화전자·아이엠·하이소닉·재영솔루텍 등도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는 인터플렉스·비에이치·대덕GDS뿐만 아니라 주기판(HDI)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코리아써키트 등도 주목 대상이다.
갤럭시 S6에 호평만 쏟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부증권 이의형 연구원은 “갤럭시 S6에 적용된 엣지는 곡률과 공간이 상당히 제한돼 활용성에 의문이 들고, 엣지를 양면에 적용해 그립감도 더욱 불편해졌다”고 밝혔다.
갤럭시 S6 대비 상대적으로 반응이 좋은 갤럭시 S6 엣지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양면 엣지 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공정을 거쳐야 한다. 불량률이 평면 디스플레이보다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전체 갤럭시 S6 생산물량 가운데 갤럭시 S6 엣지의 비율을 30~50%로 계획했다. 두 제품의 공정 차이 때문에 갤럭시 S6 엣지로 수요가 몰리게 되면 설비효율도 떨어지고, 자칫 판매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6도 아이폰6 플러스 등 특정 사양에 수요가 몰려 아이폰6 16기가 모델의 경우 재고처리로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고 우려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