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의 잔혹성을 다룬 일본 영화 <고백>의 한 장면. 작은 사진은 살해당한 우에무라 료타.
사건 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범행수법이 워낙 잔인한 탓에 수사 관계자조차 “차마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고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참수 장면을 모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리고 용의자 3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일본 사회는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살해 혐의로 체포된 이들이 모두 10대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와사키 중학생 살해사건’ 전모를 따라가 본다.
밝고 건강했던 13세의 아들이 참혹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상처투성이인 아들의 시신에 어머니는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일본에서 국민적 분노와 동정을 불러일으킨 가와사키 중학생 살해사건 용의자로 10대 청소년 3명이 지난 2월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수사 결과, 이들은 우에무라 군을 살해하기 전부터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습적으로 그를 괴롭혀온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된 우에무라 군이 이들과 알게 된 건 지난해 11월경.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오라는 명령을 거절한 뒤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1월 중순경에는 무릎을 꿇은 채 곤봉으로 10여 분간 얻어맞기도 했다. 우에무라의 한 친구는 “우에무라가 죽기 전 어떤 형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중 리더격인 18세의 A 군이 살해 관련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고자질’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우에무라가 구타당한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렸고, 그에 따라 우에무라 친구들이 자신을 찾아와 우에무라에게 사과하도록 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또한 A 군은 “커터 칼로 살해했다”고 밝히며, 살해하기 전 우에무라에게 알몸으로 강에서 헤엄치도록 강요한 사실도 자백했다. 경찰은 A 군이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함께 체포한 17세 청소년 2명이 이번 범행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용의자들은 모두 미성년자라 실명이나 얼굴이 공개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인터넷상에서는 이들의 사진과 주소 등 신상정보가 떠돌고 있는 상황. 더 나아가 소년법 개정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용의자가 만 20세 미만에 적용되는 소년법에 따라 실명이 공표되지 않고, 낮은 수위의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데에 대한 분노가 배경인 듯하다.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을 다룬 주간신조 기사 캡처.
가령 18세 소년이 주범일 경우 가정법원의 판단을 거쳐 검찰에 송치되며, 지방재판소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살인이라도 형기는 10~1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단 “이번 사건은 미성년자라고 해도 목이라는 급소를 칼로 여러 차례 찌른 잔혹함과 나이가 18세라는 점에서 성인과 같은 무거운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소년법에서는 ‘만 18세 미만은 사형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바꿔 말하면, 18세 이상의 소년은 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는 것. 과거 히카리시 모녀 살인사건(1999년) 범인 역시 18세의 미성년자였으나 사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범인은 피해자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욕보였으며, 생후 11개월이던 피해자의 딸도 머리를 거실 바닥에 수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법원은 “미성년자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범행이 매우 악질적이고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면서 결국 3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A 군은 일찌감치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정상참작이 이뤄질 여지도 있다. 회생 가능성이나 반성의 여부가 소년 범죄에서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세 미만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날로 흉악해지는 소년 범죄에 비춰 볼 때 죄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처벌을 하는 것이 범죄 억제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그간 일본에서는 엽기적인 10대 소년 범죄가 자주 발생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1988년 11월에 일어난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이다. 당시 15~18세 남학생들이 길 가던 여고생을 납치해 40여 일간 감금한 뒤, 성폭행과 잔혹한 고문 끝에 숨지게 한 사건이다. 특히 가해자 남학생들은 여고생의 다리에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이는 등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긴 것으로 알려져 분노를 일으켰다.
이들은 여고생이 숨지자 인근 공사장 드럼통에 시신을 넣은 뒤 콘크리트로 묻어버렸고, 시신을 은폐하고 나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 열도를 충격에 빠트렸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모두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징역 5~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현재 출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2년 이치카와시에서는 만 19세의 미성년자가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범인은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의 가해자들이 단 한명도 사형에 처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소년원행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4년 지바 지방재판소는 “범인에게서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일본의 잔인한 소년 범죄로는 1997년에 일어난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건은 범인의 나이가 겨우 14세였다는 점, 당시 중학생이었던 범인이 쾌락을 위해 초등학생들의 머리를 절단하고 학교 정문 앞에 놓아두는 등 사건 자체가 너무 엽기적이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일본의 소년법은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형사처벌 연령이 ‘16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낮춰졌으며, 이후 소년범죄의 흉포와 저연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년원 송치 연령 하한을 ‘14세 이상’에서 ‘대략 12세 이상’으로 낮추는 개정안도 통과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소년범죄가 끊이질 않자 최근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 종무조사회장은 “소년법의 기본 방향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앞으로 소년법 개정이 검토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