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은 9일 “녹십자의 주주제안은 관련 법령에 따른 권리 행사이기 때문에 오는 20일 주주총회에 상정했지만, 녹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의 선임에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동제약과 2대 주주인 녹십자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되는 3명의 이사진은 이정치 일동제약 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 최영길 고려대 교수, 이종식 감사 등 3명이다.
이에 녹십자는 새로운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로 허재회 전 녹십자 대표이사와 자회사 녹십자셀 사외이사인 김찬섭 성신회계법인 대표를 각각 제안했다.
반면 일동제약은 사외이사 후보로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감사 후보로는 이상윤 전 오리온 상임감사를 올렸다.
일동제약 측은 주주제안 반대 이유로 “녹십자가 주주제안 사항에 대해 동의하고 협력할만한 기본적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며 “녹십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형성에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녹십자가 차입금을 이용해 일동제약 주식을 취득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일동제약 측은 “자기 자금이 아닌 차입금까지 이용해 일동제약 주식을 취득했다”며 “경영참여 선언 뒤 협력을 위한 어떠한 교감이나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경영권을 간섭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십자의 일동제약 총 투자금 739억 원 중 520억 원이 차입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동제약은 두 회사 간에는 전략적 제휴 등 시너지 효과를 얻을 요소가 없고, 제약업계 경쟁사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녹십자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올 경우 일동제약의 영업전략, 개발정보 등 경쟁사 기밀사항에 마음대로 접근하게 돼, 녹십자가 일동제약 주된 영업 분야에 진출할 때 이를 이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이런 반대 이유들을 모든 주주들에게 알려 소액주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0일 열릴 일동제약 주주총회에서 녹십자의 이사선임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녹십자는 현재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 32.52%(815만 1126주)에 불과 3.16%p 부족한 29.36%(735만 9773주)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다만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는 상호출자에 걸려 의결권이 제한된다. 그러면 일동제약 최대주주와 녹십자의 보유지분율 격차는 1.8%p로 차이로 줄어든다.
하지만 최대주주와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한 주주들을 합칠 경우, 일동제약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 지분율은 35.71%로 늘어난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는 일동제약 지분의 10%(250만 6600주)를 갖고 있는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나머지 28% 지분을 보유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표에 따라 이사선임안 결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일동제약의 임시 주총에서 녹십자의 편에 서 지주회사 전환 건을 저지시킨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