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1. 베이맥스는 히로의 결핍을 껴안는 사랑의 아이콘
천재 공학도 테디가 수십 번의 실패를 반복하며 마침내 완성한 치료 로봇 베이맥스. 정체는 ‘로봇’이지만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해온 ‘파괴적인’ 로봇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치료 로봇 베이맥스의 주역할은 히로의 건강을 스캔하고 관리하는 것. 외상은 물론 심리적 스트레스까지 살피고 상처가 발견되면 통증을 1에서 10으로 나누어 아픈 정도를 알려달라 요구하기도 한다. 기존의 로봇 대부분이 강한 메탈 느낌의 외관을 지닌 것과 달리 베이맥스는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고 폭신하다. 뼈대는 티타늄이지만 외피는 부드러운 탄소 섬유로 제작되었으며 필요할 때는 온기를 품기도 한다. 마치 엄마처럼 따뜻하고, 포근하고, 안기고 싶은 베이맥스는 형 테디의 죽음으로 인한 히로의 상처를 살피고 돌보며 엄마이자 형이자 친구 역할을 해준다.
CODE 2. 로봇 격투장 대신 학교로~!
육아에도 적용되는 풍선효과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을 ‘풍선효과(balloon effect)’라 한다. 문제가 된다고 강제로 규제하면 또 다른 경로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빅 히어로>에도 풍선효과가 나온다. 히로가 로봇 격투기를 하러 도박장에 가려 하자 형 테디는 불법이라고 동생을 말린다. 하지만 히로가 고집을 꺾지 않자 테디는 말린다고 안 할 녀석이 아니니 차라리 데려다주겠다며 오토바이에 태운다. 계속 말리면 어떤 식으로든 비슷한 일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한 것. 결국 현명한 형 테디는 도박장으로 가기 전 잠시 학교에 볼 일이 있다며 히로가 관심을 가질 법한 공과 대학 연구실의 생생한 현장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한다. 육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수시로 등장한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눈에 드러나는 부분을 나무라면 어떻게 해서든 또 다른 문제 행동이 불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슬기로운 대책이 필요한 법. 로봇에 대한 관심을 격투장이 아닌 학교에서 건전한 방향으로 풀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준 테디처럼 말이다.
CODE 3. 모든 부모는 미숙한 상태로 시작한다
부모 연습을 하고 부모가 되는 이는 없다. 아이가 태어나는 동시에 ‘부모’라는 이름을 자동으로 얻게되고, 그제서야 ‘갓’ 부모가 되는 셈이다. 누구나 처음은 서툰 법. 베이맥스도 그랬다. 그저 호르몬 수치를 분석해 히로의 스트레스와 상심을 산출해낼 뿐 처음부터 히로의 마음을 잘 헤아렸던 건 아니다. 그러나 베이맥스의 눈길은 항상 히로를 향해 있었다.
히로 곁에 머물며 히로에게 집중하고, 아프냐고 물어보고, 걱정해주고 또 치료해준다. 그러면서 점점 더 히로를 이해한다. 초보였던 부모가 차츰 아이를 더 잘 이해하듯이 말이다.
“나는 널 절대 포기하지 않아.” 히로의 형인 테디가 베이맥스를 만드느라 수십 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격려하듯 하는 말이다.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다 이 장면에서 ‘울컥’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마도 비록 지금은 서툴지만 아이에게만은 진심을 다하는 부모의 마음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CODE 4.엔딩 장면 속 육아 코드
<빅 히어로>의 엔딩은 가장 ‘모성적 코드’로 읽힐 수 있는 장면이다. 아이들 영화라고 방심하고 보다가 결국 눈물을 또르르 떨구었다는 고백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간이동 장치인 텔레포트 안에서 히로를 구하려다 결국 베이맥스의 추진기가 망가지자 히로를 탈출시키려는 장면에 흐르는 대화다.
베이맥스 : 추진기가 부서졌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안전하게 내보낼 수 있어요. 당신은 나의 환자, 당신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시간이 없어요. 제 치료에 만족하십니까?
히로 : 제발 안 돼. 너까지 잃을 수는 없다고.
베이맥스 : 히로… 전 당신의 마음속에 있을 겁니다.
부모는 언젠가는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육아란 결국 아이 스스로 독립해 스스로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켜봐주는 과정 아닐까. 몸도 마음도 한 뼘 자라난 히로를 안전한 곳으로 돌려보내는 베이맥스의 모습에 가슴이 짠했다면, 당신 역시 부모의 마음을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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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시전 기자 / 도움말 김이경(아름심리발달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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