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년 이정현의 공연 모습. | ||
이제까지 표절 시비에 멍들어 온 한국 가요계에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한국 음악이 드디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의견 이외에도 ‘우리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이번 사건으로 작곡가 최준영씨는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합의 금액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해외저작권을 담당하고 있는 ‘워너채플코리아’측도 협의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워너채플코리아측은 “이번 사건은 국제 소송이여서 굉장히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소송이 길어진다면 소송비용이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끝까지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포지션 | ||
‘Vamos Amigos’의 판권을 가진 이탈리아의 사이판퍼블리싱사는 변명을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사장인 페리나씨는 “작곡가 이름을 적는데 혼동이 있어 오자를 적었다”는 황당한 변명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이 카피곡은 이탈리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음원(앨범에 쓰인 원래 음)을 한 배급업체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배급업체를 통해 전 세계 피트니스 클럽으로 음악이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에서 이긴다면 수백억원대 소송이 될 것이라고 당초 알려졌지만 최씨측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액수는 확인된 바 없고 8월 말쯤 ‘와’에 대한 1차 결론이 날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또한 추가로 네티즌에게 받은 제보로는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가 치우페크(Ciupek)의 ‘Time To Say Goodbye’로, 코요태의 ‘순정’이 DJ 후커(hooker)의 ‘Dragon’으로 카피됐고,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작곡 김창환)도 아직 카피한 작곡가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시 원곡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카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코요태와 쿨의 노래는 최준영씨가 작곡한 곡이다. 워너채플코리아의 관계자는 “초기에는 이탈리아 가수라고 보도됐으나 아직 이들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며 “계속 조사중”이라고만 대답했다.
문제는 이번 소송이 그리 개운치 않은 것. ‘와’는 1999년 발매 당시 표절의혹에 시달렸던 곡이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 OST 중 ‘A Gift from Thistle’의 멜로디와 ‘와’의 도입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논란은 해프닝 정도로 넘어갔고 최씨측도 “그런 논란이 있었지만 전문가들도 표절이 아니고 비슷한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충분히 비슷한 전개가 나올 수 있다”며 “표절이라는 부분은 만약 <브레이브 하트>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충분히 소송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씨는 작곡가 사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로 통한다. 한 방송사가 주는 최고 작곡가상을 3번이나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고 그의 곡을 받는 다는 것은 바로 ‘대박’으로 여겨질 만큼 가수사이에서 영향력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씨가 발표한 음악들 중 핑클의 ‘루비’가 일본 가수 자드 ‘홀드미’와 비슷하고, 김건모의 ‘스피드’가 호테이의 ‘캡틴록’ 곡과 일부 닮았다며 네티즌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가요계에서 방송사에서 표절 판정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록그룹 플라워가 그들의 3집음반 수록곡인 ‘친구’가 U2의 곡을 참고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표절을 시인했고 96년 김민종의 ‘귀천도애’를 작곡한 서영진씨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 캔 | ||
최근 들어서도 표절 의혹은 그치지 않고 있다. 가수 박지윤의 ‘사랑에 빠졌죠’는 시나이스턴의 ‘모닝 트레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그룹 J-WALK의 ‘Suddenly’도 우리나라팬들에게 익숙한 ‘4 seasons of loneliness’와 후렴구가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표절에 대해 한 작곡가는 “사실 우리나라 표절 기준이 굉장히 모호한 탓도 있지만 대중가요에서 나올 음악은 다 나왔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며 “의도하지 않은 표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표절 시비는 한마디로 작곡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