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에서는 대구 수성갑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오른쪽)에 맞설 대항마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2월 27일 대구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저녁 자리에서 차기 대구 수성갑 후보군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가 식탁에 올랐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모아졌다고 한다. 하나는 김부겸 전 의원에 필적할 만한 거물급 투입. 다른 하나는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참신하고 역동적인 신인급 인사 발굴.
전자를 반대하는 부류는 ‘빅매치’를 만들어 김부겸 전 의원을 더 띄워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폈고, 후자를 반대하는 쪽은 아무리 새누리당 텃밭이라지만 지금 ‘김부겸 파워’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주장을 이어갔다고 한다. 1년여나 남은 시점에 대구 의원들의 이런 대책회의(?)는 그만큼 수성갑의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수성갑에 ‘초록 깃발’이 꽂힌다면 엄청난 파란이 불가피하다.
거론되는 설을 풀어보니 무려 열 가지나 된다. 크게 회자하는 것은 ‘후임 경제통설’, 바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경제과외교사’인 이한구 의원의 후임으로 경제통 이미지를 이어가면 표심도 크게 출렁이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에다, 안 수석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같은 ‘위스콘신학파’로 TK(대구·경북) 맹주들의 지원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있다. 안 수석은 대구 계성고 출신으로 대구에서도 나름 인지도가 있다고 한다.
TK의 한 초선 의원은 “안 수석은 2000년부터 정치권에 있었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경제 브레인으로 원조친박에서도 핵심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비례대표로 의정 경험이 있다는 점, 경제수석으로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점까지 수성갑 바통을 이을 적임자란 평가가 있긴 하다”고 전했다.
같은 무게감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거물급 기용론’으로,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투입설이다. 김 위원장은 이한구 의원이 원하고 있는 카드라는 이야기도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 위원장은 TK 출신으로는 가장 큰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노동운동 1세대로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의정, 행정을 두루 아울렀고 대권 주자 반열에 있기 때문에 ‘포스트 박근혜’로서 괜찮지 않느냐는 논리가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김무성 대표와 수성갑 출마에 대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말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문수 기용론에 대한 반대 명분도 분명하다. 여권의 핵심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수성갑 출마를 한마디로 이렇게 풀이했다.
“결국 돌고 돌아 대구로 왔다, 결국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귀착점이 대구라면 그동안 김 위원장의 업적은 모두 쇼가 된다. 현장형인 김 위원장이 이런 기류를 감지하지 못 했겠는가.”
수성구의 위기를 거론하며 현역 의원의 ‘지역구 이동설’도 흘러나온다. 대구 동구을이 지역구인 유승민 원내대표나 같은 수성구에서 을을 지역구로 둔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이 수성갑 ‘수성’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말이 당사자의 귀에 들어갔는지 유 원내대표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고, 주 정책위의장 측도 지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발을 뺐다.
수성구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이름 있는 교육 1번지다. 서울 입성을 못할 바에는 대구 수성구가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을 지낸 이주호 전 장관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교육의 메카로 확실히 자리하기 위해선 이 전 장관이 교육 전략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친이계인 이 전 장관이 비박계가 점령한 당 지도부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관건이다.
‘지역 일꾼론’도 있다. 3선 연임을 포기하고 재선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범일 전 대구시장, 수성구를 기반으로 한 정순천 시의원, 박영석 전 대구문화방송(MBC) 사장 등도 거론된다. 이인선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이름도 나왔다. 김부겸 전 의원의 지역 기여도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지역 일꾼론이 먹힐 수 있다는 주장에다, 적어도 수성갑 인지도에서는 바닥에서도 이름을 아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다.
대구 출신 비례대표인 강은희 의원이 이미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을 일대일로 만나 수성갑 지역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부겸 대항마로선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나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구 정치권의 전전긍긍에는 이유가 있다. <영남일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부겸 전 의원을 두고 앞서 거론된 후보자 중 4명을 넣은 결과 ‘전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스미스리서치’가 지난 2월 24~25일 만 19세 이상 대구 수성갑 유권자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새누리당 예상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모두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는 49%포인트(p) 차로, 적게는 13%p 차로 앞선 것이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때 김부겸 후보가 수성갑 지역에서 얻은 득표율 50.1% 이상을 확실하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 전화로 실시돼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06%p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 수성갑에 고정적으로 출마하는 무소속 후보가 있기 때문에 보수표가 분열할 가능성까지 합하면 현재 김 전 의원 대항마는 없다. 수성갑 공천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크게 신경 써야 할 이유”라며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호남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지역주의에 균열이 일었다. TK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텃밭의 위기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