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바뀐 규정을 적용해 공개한 보고서 속에는 각 사외이사의 경력, 역할, 활동 내역, 보수 지급 내역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심지어 활동시간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최고액 이사’는 국민은행에서 나왔다. 국민은행 이사회의장을 맡은 김중웅 사외이사는 176시간을 일하고 9700만 원을 받았다. 다만 국민은행 연차보고서에는 지난해 이사회가 전년인 2013년도 16회의 약 2배에 달하는 31회 개최됐다며 고액 보수의 이유를 설명했다.
시간당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꿀 이사’는 하나은행에 있었다. 우석형 전 하나은행 사외이사는 지난 2014년 3월 퇴임, 약 2개월간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연차보고서상 2개월간 있었던 이사회, 이사회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당연히 은행권 사외이사 중 출석률 꼴찌. 그럼에도 그는 보수로 1160만 원을 받았다. 1번에 50만 원인 이사회 참가수당도 두 번 참가했던 것으로 산출돼 100만 원을 받았다. 하나은행이 공개한 사외이사 활동 요약표에는 우 전 이사의 활동 시간이 1.5시간으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 두 번 다 참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사전 간담회에 1번 참석해 1.5시간으로 산출했다”며 “참가 수당을 두 번 산출한 것은 간담회 참석에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 1번 참가했던 것을 해가 바뀌어 지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 전 이사의 시급은 773만 원을 넘는다. 2015년 최저시급인 5580원의 1385배도 넘는 금액이다. 최저시급을 받는 보통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8시간씩 173일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가장 ‘짠’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최고 보수를 받은 임성열 사외이사도 2700만 원을 가져가는데 그쳤다. 이는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국민은행의 사외이사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은행권 사외이사 ‘최저시급’도 우리은행에서 나왔다. 최강식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122시간을 일하고 1600만여 원을 받아 시급이 약 13만 원에 그쳤다.
이사회를 자주 개최한 곳은 국민은행이 31회를 열어 압도적 1등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의 주요 이슈는 회장, 행장 동시 낙마를 부른 주전산기 기종선정 관련 논의와 은행장 사임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가동이었다. 2위는 우리은행으로 26회였다. 나머지 은행의 이사회 개최 횟수는 농협 16회, 하나·신한 11회로 비슷했다.
이사회 참석률 1위는 98.6%를 기록한 국민은행이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이사회도 자주 열었고, 사외이사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위는 신한은행으로 96%였다. 신한은행 사외이사들은 정기이사회에 100% 참석했지만, 임시이사회에서 92.7%를 기록했다. 3위와 4위는 하나·농협으로 나란히 94%를 기록했다. 꼴찌 타이틀은 91%의 우리은행이 가져갔다.
각 은행 이사회에서 일한 시간 상위 3명의 평균으로 해당 이사회의 ‘강도’를 따져봤다. 1위는 국민은행으로 평균 190시간 일했다.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이사회 활동 시간이 200시간을 넘는 사외이사도 배출했다. 가장 많은 이사회 개최 횟수와 일맥상통했다.
2위는 신한은행으로 185시간이었다. 신한은행은 국민은행의 약 3분의 1의 이사회만 열었지만 활동 시간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3위는 127시간의 우리은행, 4위는 91시간의 농협이었다. 다소 특이한 점은 하나은행이 밝힌 활동시간이 타 은행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의 사외이사 평균 활동 시간은 22.3시간에 불과했다. 하나은행 이사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활동한 김영기 사외이사도 24.6시간에 그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활동 시간을 정하는 기준도 다르고, 어떻게 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지만 신한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계산하는 것 같아 보인다”며 “국민은행이 신한은행보다 이사회를 3배 더 열었지만 비슷한 활동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그 증거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금융권 사외이사의 임기는 보통 최초 2년에다 1년씩 세 번 연임할 수 있다. 최초 사외이사로 의결될 때와 재신임 받을 때 해당 사외이사의 프로필, 경력과 추천 사유 등을 공개한다. 지난해 5대 은행권 사외이사 중 새롭게 선임되거나 재신임 받으면서 프로필을 공개한 사외이사는 총 17명이었다. 이 중 4명이 경기고 출신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고 이외에 13명의 고등학교는 제각기 달랐다.
출신 대학교를 경력란에 기재한 사외이사는 총 22명이었다. 22명의 출신 대학교는 단 4곳이었다. 서울대가 10명을 배출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였다. 6명이 연세대 출신이었고 4명이 고려대 출신이었다. 나머지 2명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26명의 출신 분포를 따져봤다. 26명 중에서 9명이 교수 출신으로 가장 많았다. 그 중에서도 연세대 교수가 3명으로 도드라졌다. 두 번째로 많은 출신은 관료였다. 관료 중에서도 금융감독원 출신이 가장 많았다. 연구원 출신은 3명에 그쳤지만 모두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편 5대 은행권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한국국적이 아닌 사람도 있었다. 바로 히사마쓰 겐조 신한은행 사외이사다. 히사마쓰 이사는 재일교포로 현재 레쿠토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기에 다른 사외이사와 달리 유일하게 1회 회의 참가수당이 150만 원이다. 지난해 히사마쓰 이사는 신한은행의 11번의 이사회 중 9번을 참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