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현대차로부터 자체 복합할부는 계속 운영하는 양보를 얻어내 최소한의 피해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신용카드 업계 1위를 달리는 신한카드는 지난 2월 25일 현대차그룹의 파상공세에 밀려 복합할부금융 상품 취급을 중단을 선언하는 ‘굴욕’을 당했다. 복합할부금융 취급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완패한 셈이다. 하지만 이날 신한카드의 항복선언 뒤에는 예외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간에 캐피탈사를 끼고 운용하는 현재의 상품구조는 중단하되,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드복합할부는 유지한다는 것.
이는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신한카드가 할부금융업을 병행, 자체 카드복합할부 상품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금융권은 이 예외조항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신의 한수’라고 평가한다. 신한카드는 회원수가 무려 2200만 명에 달한다. 복합할부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현대차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규모다. 그렇다고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꺾어놓지 않으면 현대차가 이번 싸움을 시작하게 된 이유나 다름없는 삼성카드의 기를 살려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를 잘 아는 위성호 사장이 겉으로는 백기를 들되 뒤로는 실속을 챙기는 묘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신한카드는 연간 1000억 원 규모인 복합할부금융 취급액 가운데 캐피탈사를 끼지 않은 자체 복합할부가 700억 원에 달해 복합할부를 중단해도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 여기에 나머지 300억 원가량도 자체 복합할부로 끌어들일 수 있어 사실상 최소한의 피해로 협상을 마무리 지은 셈이다.
금융권은 이번 신한카드의 행보를 계기로 사실상 현대차-신한카드 동맹군이 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신한카드에 예외조항을 허용함으로써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반발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캐피탈사 대신 은행을 거치는 복합할부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기존 상품과 별다른 차이 없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 자체 상품이나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복합할부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캐피탈사를 거치는 복합할부는 철저히 차단한다는 목표를 관철시키는데 성공했다. 결제시한을 30일로 늘린 ‘신복합할부’로 반격에 나선 삼성카드를 벼랑 끝으로 몰 수 있게 된 셈이다(<일요신문> 1184호 보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소비자 이익’을 내세우며 버티던 삼성카드는 현대차의 금리인하로 싸움의 명분마저 잃은 셈이 됐다. 할부금리가 1%p 내려가면 차종에 따라 최저 18만 원에서 최대 85만 원가량의 가격인하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복합할부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삼성카드의 논리는 사실상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의외의 일격을 당한 원기찬 사장은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카드처럼 자체 복합할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삼성카드는 현재 캐피탈사 외에 은행과 연계된 복합할부상품이 없기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은행과 별도의 계약을 맺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현대차와 삼성카드의 계약종료는 3월 19일이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데드라인을 앞두고 원기찬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