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구속은 방위사업비리 합수단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전·현직 군 관계자들을 주 타깃으로 했던 합수단이 이제는 무기업체 등 민간 부문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이 회장은 30년여 동안 무기업계에 종사하면서 막강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사 칼날이 정·관계 로비 쪽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정당국 일각에선 포스코건설 비자금, 자원외교 비리 수사와 맞물리면서 방산 비리 수사가 이명박 정부를 겨누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수단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무기업체가 고용한 로비스트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특정 무기업체가 18대 국회 당시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돈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와 내사에 착수했다. 무기업체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했다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합수단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건이 ‘게이트’로 번질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합수단은 이명박 정부 초기 무기 입찰 사업과 관련해 청와대 전직 고위 인사를 수사선상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 40대 초반 여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해당 여성은 친이계로 분류되는 IT 분야 한 사업가와 가깝게 지내며 군 관계자들은 물론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합수단 관계자는 “(그 여성이) 로비스트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입찰에 개입했던 정황은 포착되고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녀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수단 주변에서 ‘제2의 린다 김’이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까닭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