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경찰서는 자신을 청와대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민 아무개 씨(71)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민 씨는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450여 차례에 걸쳐 김 아무개 씨(61)로부터 접대비 명목 등으로 7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우체국장인 민 씨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알게 된 김 씨에게 접근했다. 김 씨는 18억 원을 투자해 받은 마사회 장외발매기 사업 인·허가가 취소돼 행정소송을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민 씨는 자신이 청와대에서 국정원과 경찰청 정보를 취합해 상부에 보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의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등 지인들을 동원해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하며 접대비 명목 등으로 김 씨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특히 민 씨는 자신을 믿도록 하기 위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주변에서 김 씨를 만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 씨를 의심한 김 씨의 매형이 청와대 등에 신원 확인 편지를 보내면서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민 씨는 경기도의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등과 안면이 전혀 없었다.
이에 김 씨의 매형은 민 씨가 청와대 직원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고 민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조사에서 민 씨는 “우체국장을 그만둔 뒤 무직 상태에서 빚을 갚고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민 씨의 계좌 내역 등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가 있는 지 확인할 계획이다.
문상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