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정보부터 정리를 하고 넘어간다. 영화 <강남 1970>은 유하 감독의 신작으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종결편이다. 이민호와 김래원이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극장 관객수는 약 220여만 명이다.
한강 이북, 지금의 강북만이 서울이던 시절 강남 지역까지 서울을 확장하려던 시점을 다룬 영화로 땅 투기를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조폭 영화다. 러닝타임은 135분으로 조금 긴 편이다. 이제 영화 <강남 1970>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궁즘증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 왜 1970년의 강남을 다뤘을까?
1970년의 서울은 이제 막 강남 개발이 시작되려 하는 시점이다. 당시 영등포의 동쪽이라고 해서 ‘영동’이라 불리는 지금의 강남 지역은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서울은 한강 위쪽, 지금의 강북을 뜻할 뿐 아직 강남 지역은 서울이 되기 전이다. 그런데 서울을 한강 이남으로 확장하는 소위 남서울 개발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1970년이다.
그런데 다 아는 얘기다. 오늘날의 금싸라기 땅인 강남이 당시엔 시골일 뿐이었으며 땅값도 매우 저렴했다. 남서울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한 정관계 인사들이 강남 지역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큰돈을 번 이들이 나오고 그렇게 조성된 돈이 일정 부분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일이다. 또 그런 부동산 집중 매입 과정에서 조폭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 역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 <강남 1970>의 시대적인 배경이나 영화가 말하는 당시 강남 개발 과정의 난맥상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종결편 맞나?
다 아는 얘기인데도 이 영화에 눈길이 가는 까닭은 유하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 가운데에는 실망스런 작품도 몇 편 있다. 그렇지만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는 말 그대로 명작이다. <강남 1970>은 유하 감독의 대표적인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를 잇는 ‘거리 3부작’의 종결편이다. 전작들만 놓고 보면 당연히 ‘믿고 봐도 될 만한 영화’라는 보증수표가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그 시절을 살아간 주인공들의 스토리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두 주인공 종대(이민호 분)와 용기(김래원 분)다. 호적도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를 하며 살아가는 의형제 종대와 용기,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주먹의 세계로 투신해 강남 개발을 앞둔 땅 투기 사업에 깊숙하게 개입한다. 종대와 용기의 스토리는 조직과 조직의 전쟁, 배신과 우정, 주먹을 쓰고 버리는 정치권의 행태 등 그동안 조폭 영화들이 보여준 그들 세계에 문법에 충실하다. 그런데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예상되는 동선대로 움직이다 짐작하는 수준에서 결말을 맞이한다.
결국 종대와 용기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영화 속 조폭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과감한 액션 장면을 연출해내고 사실적인 격투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유하 감독의 특기가 맞다. 그렇지만 평범한 조폭인 종대와 용기가 1970년 강남을 살아가는 모습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의 종결편이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믿고 봐도 될 만한 영화’였지만 지금은 감히 ‘믿고 봐도 될 만한 영화’라는 표현을 이 영화에 붙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거리 3부작‘ 가운데 <강남 1970>이 러닝타임은 가장 길다. 평범한 영화가 러닝타임까지 길면 그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 이민호와 김래원은 왜 출연했을까?
아무래도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탄탄한 주연진이 필요하다. 티켓 파워를 갖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할 경우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유효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이민호와 김래원이라는 확실한 흥행 카드를 전면에 포진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들이 이 영화에 출연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김래원이 그렇다. 투톱 주연이지만 사실상 영화의 주연은 이민호이고 김래원은 비중이 큰 조연으로 구분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원톱 주연으로 멋진 조폭 영화를 소화한 경험을 가진 김래원이다. <식객> <인사동 스캔들> <마이 리틀 히어로> 등을 통해 원톱 주연의 입지를 강하게 굳힌 그가 왜 이 영화를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그가 소화한 용기라는 인물이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나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칫 원톱 주연에서 이제 공동 주연이나 조연급으로 하락하는 듯한 느낌까지 줄 정도다. 영화가 대작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강남 1970>은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 다행히 김래원은 최근 드라마 <펀치>를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여전히 원톱 주연으로 손색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이민호 역시 실망스러웠다. 그의 최근작인 <상속자들>의 김탄은 재벌2세였던 데 반해 이번에는 출생신고조차 안돼 호적도 없는 고아인 넝마주이로 살아가다 조폭이 되는 인물인 종대를 소화했다. 재벌2세 이민호와 고아 출신에 넝마주이 이민호가 크게 구별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 이민호에겐 큰 숙제로 남을 것 같다.
# 220만 관객 동원의 원동력은 무엇?
그래도 흥행은 했다. 220만여 명이면 대박은 아니지만 부끄러운 성적도 아니다.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을 돌파하진 못했지만 요즘 잘나가는 부가판권시장에서의 흥행까지 감안하면 결국 손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20만 명의 흥행 성적을 분석해보면 개봉 초기 반짝했지만 이후 관객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다. 개봉 초기에는 같은 날 개봉한 <빅히어로>를 앞서며 박스피스 1위에 올랐지만 이후 <빅히어로>는 280만 명을 넘기며 <강남 1970>을 압도했다.
이민호와 김래원의 티켓 파워, 유하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이 영화의 초반 흥행을 주도했지만 기대이하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흥행세가 급격히 꺾였다.
@ 줄거리
줄거리는 간단하다. 호적도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 분)와 용기(김래원 분)는 우연한 계기로 조폭의 세계에 뛰어 든다. 종대와 용기는 각각 다른 조직의 일원이 되는데 둘 다 출중한 싸움 실력으로 조직 내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선다.
당시의 서울은 강남 개발을 추진 중이며 국회의원과 안기부 등이 몰래 강남 부동산을 매집하며 땅투기에 나섰고 복부인 민 마담(김지수 분)도 강남 개발 이권다툼에 가세한다. 당연히 종대와 용기의 조직도 강남 개발 이권다툼에 휘말리게 된다.
조폭 영화답게 조직과 조직은 전쟁을 벌이며, 배신과 의리가 교차한다. 친형제처럼 지내온 종대와 용기의 관계 역시 예상할 수 있는 조폭 영화 속 인물 구도를 그대로 따라간다.
@ 배틀M 추천 ‘초이스 기준’ : 수려한 액션의 조폭 영화를 좋아한다면 클릭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은 모두 조폭 영화로 수려한 액션이 돋보인다.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분명 <강남 1970>이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크게 못 미치지만 격투 장면 등에서의 액션은 볼 만하다. 유하 감독의 액션 연출 실력만큼은 이번에도 확실했다.
@ 배틀M 추천 ‘다운로드 가격’ : 220원
유하 감독과 이민호, 김래원 등 세 명의 이름값만 더해도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은 충분히 넘긴다던 기대작이었다. 그렇지만 이들 셋의 이름값을 더해도 관객은 220만 명을 조금 못 미쳤다. 유하 감독의 작품이며 이민호와 김래원이 나왔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장점을 얘기하기 어려운 터라, 추천 다운로드 가격도 220원으로 정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