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통영함 납품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58)을 상대로 납품 결정 과정에 정옥근 전 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22일 전했다.
황기철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통영함에 장착할 음파탐지기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직원들이 시험평가서를 조작해 성능이 미달한 H사의 제품이 납품되도록 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전 총장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황기철 전 총장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공범으로 구속기소된 방사청 전 사업팀장 오 아무개 전 대령(57)은 “황기철 전 총장이 H사 제품이 납품되도록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 전 대령은 합수단 조사에서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사업이 당시 참모총장이던 정옥근 전 총장의 ‘관심 사업’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수단은 한 실무자를 통해 황기철 전 총장과 오 전 대령이 평가실무 담당자에게 ‘정옥근’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면서 평가를 H사에 우호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H사는 해군 대령 출신의 로비스트 김 아무개 씨(구속기소)가 납품 로비를 벌였던 회사로, 김 씨는 정옥근 전 총장의 해군사관학교 동기다.
오 전 대령은 전역 후 STX그룹에 취업했는데, 공교롭게도 STX그룹은 정옥근 전 총장과 금품비리로 유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회사이기도 하다.
우선 합수단은 당시 소장 계급이었던 황기철 전 총장이 상급자이자 해군의 수장이던 정옥근 전 총장에게 잘 보여 인사 상 이익을 얻기 위해 납품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으로부터 이런 의심에 부합하는 진술이 확보될 경우 정옥근 전 총장을 상대로 통영함 납품 비리에도 연루됐는지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한편 정옥근 전 총장은 지난 2월 STX그룹으로부터 7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해군 참모총장을 역임했던 정 전 총장은 지난 2011년 군인복지기금 5억 2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