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의 포럼 활동이 사전선거운동이라는 판결이 나오자 지역정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지역정가 관계자가 사전선거운동과 관련한 선거법에 대해 한 말이다. 공직선거법 제89조 1항과 제254조에 따르면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 외에는 후보자를 위해 선거추진위원회나 후원회, 연구소,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를 만들 수 없고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등으로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선거활동의 목적이 아닌 통상적 정치활동이거나 순수한 의미의 참여 활동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전선거운동과 사조직 운영 등의 논란에 있어서 후보자(또는 후보자의 관계자)의 활동과 관계자들의 진술 등의 증거로 판결이 내려진다.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 제17형사부(부장판사 송경호)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권선택 대전시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 시장과 함께 기소된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김 아무개 씨도 허위 회계보고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출마자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거나 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권 시장에 대한 판결의 핵심은 포럼 활동을 통한 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 혐의다. 재판부에 따르면 권 시장은 야인이었던 시절 측근들과 함께 2012년 10월 자신이 고문으로 참여한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었다. 권 시장은 포럼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포럼 활동에서 권 시장이 직접 선거와 관련된 지지 발언을 했거나 금품 관련 비리는 없다. 포럼이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된 이유에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문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선거를 위해 조직한 포럼이기에 1억 5900만 원의 회비 또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권 시장 측은 “검찰은 선거 전문가 박 씨와 측근들이 선거기획안을 작성한 것을 불법적으로 입수해 증거로 내세웠다. 포럼 활동 자체에 불법적 내용이 없는데 포럼 활동 전 제안 받은 기획을 보고 포럼 전체 활동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앞뒤가 뒤바뀐 판결”이라고 토로했다. 권 시장 측은 지난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권 시장의 포럼 활동 판결에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해온 지역 조직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의 지역정가 관계자는 “선거법은 구체적인 잣대로 정해진 게 아니라 ‘재수 없으면 걸리는 법’이라는 얘기가 많다. 권 시장의 경우 측근들이 모여 작성한 문건이 문제가 된 경우인데, 그러면 현역이 아닌 지역 정치인들은 모여서 선거를 기획하거나 문건을 남기면 다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사실 지역 정치인들이 포럼이나 연구소 등을 차려 활동하는 이유는 차기 선거준비로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다. 증거 여부에 따라 걸리느냐, 마느냐인데 포럼 활동 자체에 비리가 없는데도 걸린다면 안 걸릴 정치인들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포럼 활동이어도 간발의 차이로 유무죄가 나뉘는 경우가 많다. <이기는 법, 지는 법>을 펴낸 조기연 선거법전문 변호사는 “정치인들이 실제 연구소나 포럼 위주로 활동을 많이 하는데 유죄는 선거 관련 준비를 하거나 후보자가 될 사람에 대한 홍보 활동이 인정되는 경우”라며 “실제로 거의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법정다툼 과정에서 특정 단체 회원들이 관련 내용을 증언으로 입증하면 유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희망포럼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 등의 유명 단체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참여하지 않았기에 자발적 조직으로 본다. 대개 사조직으로 걸리는 것은 후보자 본인 내지는 선거캠프 유력 관계자가 개입해 설립 운영했다는 증거가 나올 때”라며 “유사행위를 하고도 유무죄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 재판부의 사실인정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유사행위를 하고도 벗어날 수 있는 법이 있을까. 법을 알고 있지만 선거를 위해 조직을 관리해야하는 정치인들은 이를 피해가는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 한 새정치연합 지역 보좌관은 이렇게 귀띔했다.
“대부분 정치인들의 단체 운영은 정치적 목적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에 작은 것 하나라도 걸려 수사에 들어가 따지다보면 일반적 활동이라도 선거활동으로 보일 여지가 많다. 이를 항변할 만한 자료를 만들어놔야 안전하다. 포럼을 시작할 때 정관과 이사회를 만들고 회칙과 목표를 정하고 회의할 때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포럼 취지를 입증할 수 있다. 더 안전한 방법은 이미 있는 지역 포럼을 인수해 대표로 들어가는 것이다. 선거기간과 관련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기에 선관위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역마다 정치인들이 총동창회 회장을 맡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