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도특채를 재도입한 가운데 지원 가능한 종목이 태권도, 유도, 검도 세 종목으로 한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경찰청은 최근 경찰공무원(순경) 무도 특별채용 시험 공고를 내고 지난 19일까지 원서 접수를 마쳤다. 선발 규모는 태권도(25명), 유도(15명), 검도(10명) 세 종목에서 총 50명이다. 지원 자격은 해당 종목 공인 4단 이상 무도단증을 소지한 자로서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및 국내 전국대회(대학부 이상) 우승자에 한한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1994년에 메달리스트 1명, 2004년에 메달리스트 3명을 무도 특채로 선발한 바 있다. 50명이라는 선발 인원은 메달리스트 특채로는 유례없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에 특채를 통해 제복을 입게 되는 50명의 경찰관들은 무도 사범으로 활용된 기존의 메달리스트 특채자들과 달리 향후 조폭이나 강력 사건을 다루는 팀에 배정돼 현장에 투입된다. 앞서 언급한 여성 프로골퍼 폭행 사건이 발생한 즈음부터 ‘요즘 새내기 경찰들은 하나같이 야리야리하고 곱상해 걱정이다’라는 걱정이 경찰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현장 경찰들이 너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무도특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9급 경찰공무원인 순경 시험 경쟁률이 IMF 사태 이후 줄곧 평균 20 대 1을 넘으면서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이 연출되자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무도특채는 특혜’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문대 졸업생 등 인재가 속출하는 마당에 경찰 입장에서도 무도특채 유지의 당위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무도특채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무도특채가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자연스레 ‘몸’ 쓰는 경찰 대신 ‘머리’ 쓰는 경찰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강력 사건에 대한 대응력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여성 프로골퍼 폭행 사건이 터졌고 경찰은 무도특채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경찰청 채용 담당자도 이와 관련, “여성 골프 선수 폭행 사건뿐만 아니라 요즘 범죄 자체가 워낙 다변화하다 보니 무도특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찰 2만 명이 증원되는 상황에 맞춰 무도 특채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이들은 조폭 담당 부서나 강력범죄를 담당하는 광역수사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도 특채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종목이 태권도, 유도, 검도 3종목으로만 제한되다 보니 다른 종목들에서는 종목 선정 기준에 있어서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규모가 크고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합기도 단체의 경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합기도협회 한 관계자는 “중앙경찰학교나 경찰대에서도 합기도 기술인 체포술을 가르치고 있는 상황에서 무도특채에 합기도를 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경찰학교 등의 합기도 사범들이 경찰 인사 담당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한체육회 가입이 안 돼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해 온다. 현실은 알지만 공무적 입장에서는 합기도를 포함하기 어렵다는 이야긴데 이것은 편의주의적 발 빼기 식 발상일 뿐이다. 우리는 협회가 여러 곳 난립하고 있어 대한체육회 가입에 애로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협회만 유단자가 30만 명이고 수련생들은 전국에 3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당연히 합기도 수련생들 입장에서는 이번 무도특채에 불만이 많다”고 언급했다.
합기도 단체 18곳은 이번 무도 특채 지원 가능 종목에는 빠져 있지만,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에서는 대한태권도협회 등 대한체육회 정가맹 단체(6개), 기타 무도단체(14개)와 함께 무도분야 자격증으로 인정되는 단체에 포함돼 최대 4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엄정한 규정에 따라 회의를 거쳐 종목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경찰청 채용 담당자는 “먼저 무도단증 소지 현황을 검토했고, 연간입상인원, 연금부여기준, 군 면제 기준 등 다각적인 규정들을 검토해 세 종목으로 무도특채를 실시하게 됐다. 합기도 같은 경우 일단 대회 자체가 없으며 수십 개 기관이 난립하고 있어 무도 특채 종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부 경찰 공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찰 무도 특채 시험이 서류와 실기, 체력·적성검사, 면접 등으로 진행되면서 필기가 없는 것에 대한 특혜 논란도 제기된다. 한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법무부에서 교정직 무도특채를 뽑을 때도 2과목의 필기시험을 봤는데 경찰 무도특채만 필기시험이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채용 담당자는 “법무부 교정직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우리는 중앙경찰학교라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8개월간 실무 전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실무 법 지식 같은 것을 익히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량진의 경찰 시험 준비 학원 관계자는 “경찰 증원 계획에 따라 올해 공채로만 3차례에 걸쳐 7000명가량의 경찰을 뽑기 때문에 50명 무도특채는 별 거 아니고 학원생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찰들이 스스로를 ‘너무 허약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무도 특채(별도채용이라 전체정원과는 관련이 없음)를 많이 하길 바라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