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씨는 “엄마들이 하는 요리는 매번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주말에만 맛볼 수 있는 남편들의 요리는 특별하다. 평소 접해보지 않은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니 애들도 신나한다.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외치는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남편이 이렇게 도와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남편 덕분에 나도 여유를 찾았고 전체적으로 가족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기뻐했다.
반면 남편의 바뀐 모습이 영 달갑지 않은 아내들도 있다. 자신만의 영역이었던 공간을 빼앗기면서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탓이다. 30년차 주부 이 아무개 씨(여·57)는 “평생 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이었으니 내 마음대로 해놓고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주방에 들어오고부터 잔소리가 여간 심한 게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 검사를 하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찾아내는 등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기분이 나쁘더라”며 “게다가 내 동선에 맞춘 주방기기들을 제멋대로 배치해놓으니 음식하다 뭘 찾는 게 일이다. 가끔 내가 못하는 요리를 남편이 하면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음식을 만들 줄만 알지 뒤처리는 모르는 남편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아내들도 많다. 본인 스스로 요리를 하겠다고 나서니 무작정 말릴 수도 없고 일단 꾹 참고 지켜보지만 이내 인내심이 바닥난다. 간단한 음식 하나를 만들면서도 산더미 같은 설거지거리가 나오고 온갖 양념으로 주방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박 씨는 “잔소리 폭격을 맞고서야 겨우 수습에 나서지만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방용품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니 스크래치를 조심해야 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들을 수세미로 박박 닦고 찬물로 대충 행군 프라이팬엔 기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내가 하고 만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