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남 진주시 대곡면 시골마을은 ‘운석 열풍’으로 전국곳곳에서 운석을 찾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용했던 시골마을에 국내외 운석 사냥꾼들이 모여들었고, 일부 외지인들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진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운석의 가격이 1g당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0만 원에 거래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전국곳곳에서 운석을 찾기 위한 장비들을 갖추고 진주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이 운석 ‘광풍’에 휩싸인 가운데 3월 16일 부산에서 온 젊은 외지인이 진주 미천면 오방리에서 0.42㎏의 운석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튿날에는 진주시 집현면 덕오리에서 무게가 20.9㎏에 달하는 운석이 발견되면서 ‘진주 운석’은 총 4개로 늘어났다.
3월 17일 극지연구소는 진주에서 발견된 것이 “운석이 맞다”고 최종확인 했다. 운석임을 확인한 정부는 “운석은 생성 초기 지구의 모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표상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원소를 다량 포함하고 있어 귀중한 국가 연구자산”이라며 매입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진주시도 ‘운석도시’ 관광지를 만들겠다며 청사진을 쏟아냈다. 국회에서도 운석 해외반출을 막기 위한 우주개발진흥법 손질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진주 운석’이 발견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운석과 관련한 정부매입과 관광사업 등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불과 1년 전의 ‘우주로또’ ‘운석 열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 관계자로 짜여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운석 매입에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운석소유자 간 매입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소유자 4명 중 3명을 만나 매입을 시도했지만 소유자 A 씨와 견해차이가 커 협상에 진척을 나타내지 못했다.
정부는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그룹에 속해있는 진주 운석을 국제시세표에 따라 1g당 1만 원을 제시했다. 정부의 제시안에 따르면 첫 번째로 발견된 운석 소유자는 9400만 원, 두 번째 운석 소유자 4100만 원, 세 번째 운석소유자 420만 원, 네 번째 운석소유자 2억 9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다. 하지만 협상에 참여했던 소유자 3명 중 1명이 소치 겨울올림픽 때 사용된 ‘첼랴빈스크 운석’을 러시아 정부가 1g 당 2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사들였다는 예를 들며 정부의 제시안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운석을 찾기 위한 외지인들의 차가 늘어선 모습(위)과 두 번째로 운석을 발견한 박상덕 씨.
진주시도 지난해 운석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운석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당시 진주시는 운석이 발견된 4곳과 전시관, 지역 문화유산을 연계해 7㎞ 정도의 둘레길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익룡 화석지(경남혁신도시에 위치)와 새 발자국 화석지(경남 과학고 위치) 등을 운석과 연계해 과학 테마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구상도 했다.
진주시는 소유자로부터 운석을 사들이거나 임대 또는 기증받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논의만 오갈 뿐 운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진주시청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운석을 임대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운석도시 관광사업 구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진주 운석’은 4개 모두 소유자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 운석 첫 번째 발견자로 유명세를 탔던 강원기 씨(58)는 당시 갑작스러운 사람들의 관심에 잠시 파프리카 농사를 놓고 마을을 떠나있기도 했다고. 현재 강 씨는 다시 농사일을 시작해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운석발견자인 강 씨의 지인 정찬수 씨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이 운석에 관해 물어본다. 시에서도 발견지점을 오가며 사업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강 씨도 임대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예전처럼 다시 농사일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일요신문> 1141호(2014년 3월 24일자) 인터뷰에서 “통역을 대동한 미국인까지 운석을 흥정하러 왔었다”며 “운석 가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 무섭기까지 하다”라고 호소했던 박상덕 씨(81)도 현재 운석을 진공포장해서 모처에 보관 중이다.
부산에서 진주를 방문했다 운 좋게 0.42㎏의 운석을 발견했던 이주영 씨(37)는 정부와 별다른 매입논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소유한 운석 중 일부를 연구에 사용될 시료로 제공한 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종영 특별전시에 무상임대 하기도 했다. 최근 이 씨는 다음 아고라를 통해 ‘운석 발견자들이 270억을 요구했다’ ‘운석 소유자들이 운석을 방치해 훼손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자신은 정부 측과 대화한 적이 없으며, 운석은 SBS 측에서 만들어준 진공케이스에 잘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일방적으로 돈만 밝히는 인물로 매도하는 언론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네 번째 운석을 발견한 김만식 씨(57)도 대학 인큐베이터에 보관하던 운석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대 좌용주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개인이 운석을 보관할 시 산소를 차단할 수 있는 기자재를 사용한다면 보존이 더 잘될 것”이라며 “완전 진공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운석 가격 여전히 논란 러시아선 초대박? 알고보니 뻥튀기 우주라는 공간에서 날아온 낯선 물질이라는 호기심에 운석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돌값’이 높아지면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진다. 운석을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라고 하는 이유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높은 몸값’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진주 운석 몸값을 두고 최소 g당 5000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세계의 운석 가격시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진주운석에 대한 매입논의를 진행하던 당시 정부가 가격을 제시한 기준은 국제 운석가격시세였다.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그룹에 속해있는 진주 운석을 국제시세표에 따라 계산하면 1g당 3달러(3300원)에서 11달러(1만 2200원)에 해당하는 수준. 하지만 진주 운석을 두고 최소 수십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했던 것은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 거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러시아는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던 첼랴빈스크주 운석우가 내렸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메달에 운석을 넣으려고 매입을 진행했다. 당시 이 운석은 1g당 236만 원에 매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치 겨울올림픽 때 사용된 ‘첼랴빈스크 운석’도 알려진 것과는 달리 g당 20∼40달러에 거래된다고 한다. 50년간 운석을 수집해왔던 운석수집가이자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동섭 박사는 “러시아의 경우 당시 내렸던 운석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운석 매입비용을 정부차원에서 확대한 경향도 없지 않다고 본다”며 “진주 운석이 속한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그룹 운석의 경우 10년 전 국제 시세로 치면 1g당 6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거래됐다. 다만 한반도에서 발견된 운석이라는 점과 운석 발견 당시 화구를 목격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10달러에서 11달러 정도가 적정한 가격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박사는 “운석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관심은 1년 정도로 끝이 난다.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잠시라도 전시를 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