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마다 아마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은 정말 따로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게 마련. 그런데 최근 실제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체질은 따로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버풀대학의 열대의학스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0%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모기에 잘 물리며, 이는 대게 유전자와 냄새(체취) 때문이다.
먼저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일수록 모기에 더 잘 물린다. 인체는 피부 모공을 통해 약 500가지 휘발성 화학물질을 공중에 퍼뜨리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모기를 통해 감지된다. 특히 땀 속에 젖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수록 모기에 더 잘 물리며, 이는 모기가 땀, 젖산, 요산, 옥테놀 등의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젖산은 특히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 속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요산은 소변 속에 함유되어 있지만 피부를 통해서도 방출되며, 옥테놀은 땀과 입김을 통해 발산된다. 따라서 땀을 흘리거나 숨이 거친 경우에는 이런 화학성분들이 더 많이 방출되고, 이로 인해 모기에 더 잘 물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이런 화학성분을 더 많이 방출하며, 실내보다 야외에서 운동을 할 경우 젖산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쉽게 모기의 표적이 된다.
운동을 한 후에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이유는 체온과도 연관이 있다. 모기는 높은 체온을 좋아하기 때문에 운동을 한 후 체온이 올라가면 모기에 더 잘 물리게 된다. 크레이그 벤자인 박사는 “오래된 땀(가령 하루 또는 그 이상)일수록 모기가 더 좋아한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샤워를 자주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혈액형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O형이 B형보다 두 배가량 모기에 더 잘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A형은 B형보다 모기에 덜 물리는 경향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많이 뿜어내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모기는 사람이 숨을 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추적해서 먹잇감을 찾아내며, 약 50m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사람, 가령 몸집이 크거나 임신한 여성들이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통 몸집이 클수록 신진대사율이 높기 때문에 이런 경우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더 많이 태우게 된다. 혈액을 운반하거나 움직이는 데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생성하게 되고, 이로 인해 모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2010년 <바이오메드 센트럴>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키가 크거나 뚱뚱한 사람들도 단순히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모기에 더 잘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를 마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02년 일본에서 열세 명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가 이를 나타냈다. 당시 맥주 한 병을 마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모기에 더 많이 물렸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맥주를 마시면 체온이 올라가고, 땀 속에 알코올 성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연구진이 열다섯 명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맥주를 마신 사람들이 모기에 더 많이 물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와인이나 증류주 등 다른 술을 마신 경우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