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서세원이 1월 15일 열린 3차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아래는 3월 12일 4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공개된 CCTV 영상. 서정희가 바닥에 넘어진 채 서세원에게 다리를 붙잡혀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 왜 교회는 문을 닫았나?
아무래도 사건 시작은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서세원이 목사로 있던 교회가 문을 닫은 것부터로 봐야 한다. 당시만 해도 왜 서세원이 교회를 닫았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서세원 측은 교회를 닫은 것이 아닌 교회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서세원과 서정희의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교회가 문을 닫은 것이 모든 분쟁의 시작점이었음이 드러났다.
서세원이 서울 청담동에 S 교회를 세운 것은 지난 2011년 11월이다. 서세원은 미국의 한 신학교육원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목사 안수를 받아 S 교회를 설립했으며 서정희가 이 교회의 전도사가 됐다.
교회가 문을 닫은 데 대해 서정희는 4차 공판에서 “남편을 목사로 만들면 모든 게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녀들 때문에 가정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그렇지만 결국 남편은 목사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먼저 S 교회를 떠난 것은 서정희였다. 이날 공판에서 서세원 측 변호사는 “서정희가 자신의 교회에는 소홀한 채 전 아무개 목사가 있는 교회를 다니는 문제로 불화를 겪다가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냐”고 서정희를 추궁했다. 이어 “서정희가 전 목사의 교회에 1000만 원 성금을 내고 매주 교회에 다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서정희는 “(전 목사는) 종교생활부터 가정문제까지 고민을 털어놓던 목회자였다”며 “이번 형사사건에서 전 목사 얘기를 꺼내는 건 서세원이 전 목사에 가진 개인적 악감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서정희는 다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4차 공판에서 서정희는 “지난해 3월 남편의 여자 문제로 부부 사이에 다툼이 있었고 자신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서세원이 오히려 ‘그 여자를 건드리면 가만 안 두겠다, 이혼을 요구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집을 나갔다”며 “두 달 만에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서정희가 말한 서세원과의 부부 싸움 시작은 지난해 3월이며, S 교회가 문을 닫은 것은 4월이다. 그리고 문제의 오피스텔 폭행사건이 벌어진 것은 5월이다. 결과적으로 3월에 시작된 싸움이 그 시작이다. 이 싸움의 원인에 대해 서정희는 “서세원의 여자 문제 때문에 싸움이 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서세원 측은 “서정희가 다른 교회를 다니면서 불화가 시작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서세원에게 정말 내연녀가 있나?
서정희는 이미 몇몇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서세원의 내연녀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우선 MBC <리얼스토리 눈>과의 인터뷰에서 서정희는 “믿었던 남편의 문자를 발견했고, 그게 시작이었다”며 보관 중이던 문자메시지 하나를 공개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문자 메시지는 “○○오빠랑 둘이 다녀와. 나 집에서 쉴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서정희는 이 문자메시지를 한 여성이 서세원에게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을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홍콩을 다녀왔다. 내가 여권을 달라고 했더니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여권을 보여줬는데 기록이 지워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서세원의 내연녀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JTBC <연예특종>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정희는 “이 아가씨(내연녀 지칭)가 제 딸아이 또래다”라며 “수도 없이 여자와 문자를 하고 지우고, 계속 내 옆에 서서 이 여자랑 (연락을 주고받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연녀에게 매일 협박 문자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세원과 내연녀의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 여자는 아직 시집을 안 갔고 어리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내연녀에 대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까닭을 밝혔다.
서세원 측은 내연녀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리얼스토리 눈>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서세원 측은 “목사님(서세원)은 ‘여자 문제가 오해다’고 얘기한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과 다 같이 다니는데 그 여자랑만 그럴 것도 아니고”라며 “목사님이 사실 지금 잘나가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멀쩡한 여자가 진심으로 달라붙을 일도 없지 않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2005년 씨지아이가 서세원(맨 왼쪽)을 대표이사로 하는 ‘서세원미디어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출범식을 갖는 모습. 부인 서정희 씨(가운데)도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문제의 그날, 무슨 일이 왜?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해 5월 10일 강남구 청담동 오피스텔 지하 2층 로비에서 벌어졌다. 4차 공판에서 서정희는 “지난해 3월 10일 불륜 문자를 발견했다. 서세원이 시나리오를 쓰러 일본에 간다고 했는데 홍콩에 가 있더라. 이후 불륜에 대해 추궁하자 서세원은 베트남이나 모텔 등 지속적으로 가출했다”며 “그 여자(내연녀)를 건드리면 죽이겠다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로 내게 협박을 해 심리적인 공포감이 심해 집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고 판단해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렇게 집이 아닌 지하 2층 로비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여기서 말한 공개된 장소란 CCTV가 있는 곳이다.
이어 서정희는 “사건 당일 남편이 약속 장소인 건물의 지하 라운지 안쪽 요가실로 끌고 들어가 바닥에 밀어 눕히고 목을 졸랐다.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다”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두 손을 올리고 빌었다. 그러자 남편이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해서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려 하자 남편이 다시 나를 넘어뜨렸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 증인신문에서 해당 건물의 CCTV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엔 서정희가 바닥에 넘어진 채 서세원에게 다리를 붙잡혀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CCTV 동영상과 서정희의 주장에 대해 서세원은 “내가 공인이고 연예인이니까 집에 들어가서 조용히 얘기하자고 말했지만, 아내가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 나를 감옥에 보내버리겠다며 발버둥 쳤다. 그런 아내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집에서 조용히 얘기하자고 하는데도 손을 대면 ‘납치’ ‘성폭행’이라고 외치며 발버둥을 쳤다. 일으켜 세우려고 하니 ‘납치하려고 한다’고 소리쳤다. 계속 집에 가자고 했는데도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세원 측 변호인 역시 “공소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하지만 사건의 전후 사정과 배경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런 점에서 정상 참작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서세원 측이 부인하고 있는 부분인 ‘당시 서세원이 목을 졸랐나?’에 대해 서정희에게 질문했다. 이에 서정희는 “먼저 이 자리에서 차마 밝힐 수 없는 남편의 욕이 시작됐다”며 “그 후 나의 목을 조르고 폭행을 가해 나도 모르게 소변까지 흘렸다”며 눈물을 흘렸다. 반면 서세원 측은 “방 안에서 목을 졸랐다는 주장은 사실 아니다”는 입장이다.
# 32년 결혼 생활은 어땠나?
4차 공판에서 서정희는 본격적인 진술에 앞서 “판사님, 제가 남편이 바람 한번 폈다고, 폭행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남편과 19세에 처음 만나 성폭력에 가까운 행위를 당한 채 감금당했고 그 일을 당한 뒤 2개월 만에 결혼해 32년간 거의 포로생활을 했다. 남편이 무서워서 감히 이혼을 요구할 용기가 나지 않아 참고 살았다”라며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건 당시 서세원에게 심한 욕을 들었다는 서정희는 “처음 듣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그 욕은 32년간 서세원이란 사람이 불러온 ‘노래’였다”고 말했다.
서세원 서정희 부부의 딸인 서동주도 이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다. Y-STAR와의 인터뷰에서 서동주는 “엄마가 하는 말들은 사실이다. 엄마가 그동안 많이 참고 살았다”며 “만약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 가서 증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세원 측은 결혼 생활 전반에 대한 서정희의 주장보다는 사건 당일의 상황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서동주의 주장과 증인 출석 입장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에 서동주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며 “아빠랑은 통화도 안 하고 엄마 얘기만 듣고 전달을 하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