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모씨(33. 여)는 최근 배변 시 출혈과 통증이 있고 항문 주위의 혹 같은 덩어리가 만져지는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고 움직임이 적다 보니 변비가 지속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이다.
한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항문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급작스런 항문통증, 배변 시 출혈, 배변 후 항문 주위의 혹이 만져진다면 치질을 의심해보는 것이 적절하다.
대장항문 세부 전문의 등촌역 애항외과 이일철 원장은 “치질을 말하기 부끄러운 질환이라는 이유로 방치해 치료가 지연된다면 약물치료로도 가능한 치료를 수술로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치질은 초기 진단 시 약물치료로도 간단히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치질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 내원해 정밀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를 통틀어 말하는 항문질환으로 치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배변 습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질 중에서도 치핵은 항문 질환 중 가장 많이 발병하는 질환으로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치질이 치핵인 경우가 많다.
치핵은 항문에 피가 나거나 덩어리가 빠져 나오는 증상을 말하며 치질이라는 말로 혼용돼 사용하기도 한다. 크게 항문 안쪽에 있는 내치핵과 항문 바깥쪽에 있는 외치핵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정밀한 진단 후 그에 따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치열은 항문 하부의 피부가 찢어지는 질환으로 주로 딱딱하고 굵은 대변을 볼 때 항문 안쪽의 피부가 찢어져 치열이 된다. 그 외에 설사를 자주하거나 항문직장에 염증성 질환이 있을 때도 발생한다.
급성기에는 출혈과 통증만 있으나 시간이 경과되면 피부가 밖으로 돌출되고, 점막 비후가 나타나며 통증의 정도와 지속시간이 길어지는 만성형태로 된다. 때문에 치열은 만성치열로 악화되지 않도록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루는 항문내부와 항문 밖 피부 부위에 서로 통하는 관이 생긴 경우를 말하며 만져보면 항문 주변에 딱딱한 관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쉽게 발견이 되기에 양호한 경우이지만 항문 위쪽으로 치루관이 파고 들어가는 경우는 쉽게 진단도 되지 않고 치료도 어려워지게 된다.
이 원장은 “항문에 불쾌한 통증이나 뻐근함 그리고 열이 나거나 몸살기가 있으면 치루성 농양을 의심하고 항문외과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며 “치핵이나 치열 같은 치질은 대부분 초기 발견 시 약물치료로 가능하지만 치루의 경우 발견 즉시 수술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