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체 초음파 자극을 주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번 연구결과는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감각을 담당하고, 또 그 부위를 자극해 감각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 되면 만성통증처럼 치료가 힘든 질병과 관련된 뇌 부위를 찾아 초음파 자극을 줘서 수술 없이 치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핵의학과 정용안 교수팀(연구부원장)과 하버드대학교 브링엄여성병원 영상의학과 이원혜•유승식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 3월 4일자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은 ‘인체 1차 체감각 피질의 집중 초음파 자극(Image-Guided Transcranial Focused Ultrasound Stimulates Human Primary Somatosensory Cortex)’이다. 1차 체감각 피질은 신체의 모든 감각이 가장 먼저 도달하는 중추신경이다. 머리의 정수리에서 약간 뒤쪽인 두정엽 부위에 위치하며, 감각과 관련된 정보를 가장 먼저 처리하는 곳이다.
공동 연구팀은 평균 29.4세의 건강한 여성 4명과 남성 8명 등 총 12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피검자들에게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손에 대한 촉감자극의 고해상도뇌지도(brain mapping)를 만든 후 해당 뇌 영역에 10분씩 저강도 집중 초음파를 쪼여준 결과 피험자들이 손에 다양한 촉감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피검자들은 손의 저림, 손의 움직임을 느끼는 역동감, 손에 무거운 물건을 든 것 같은 느낌, 손의 가려움 등 총 9가지의 다양한 촉감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정용안 교수팀은 이번 논문 발표에 앞서 뇌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수술과 치료제 없이 초음파로 치료하는 장비인 ‘저강도 집중초음파 뇌자극기’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수술처럼 직접적인 뇌 침습이 아니라 초음파를 이용한 간접적이고 비침습적인 안전한 방법으로 뇌신경을 자극해 특정 신체 부위에 원하는 감각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데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용안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 되면 치료가 힘든 만성통증이나 복합통증증후군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뇌 문제로 발생하는 파킨슨병 같은 신경과적 질환과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컴퓨터의 기능 중 촉각,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햅틱(Haptic) 기술 발전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4D 영화관에서 좌석이 움직이고 향기와 바람이 나와서 실제로 영화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더 실제처럼 구현될 수 있다.
정용안 교수는 “집중 초음파를 이용한 뇌 감각 기능 조절 연구가 점차 정밀화 되고 있다”며 “손뿐만 아니라 전신의 감각을 조절하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을 통해 추진 중인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CHIC)의 과제 중 하나로 진행됐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