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 ||
그러나 사개위의 역할은 그야말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머물렀다.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법령개정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올 초 출범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몫이다.
그러다 보니 법조삼륜은 물론 정부 부처와 교육계 등에서도 사개추위 위원장에 누가 앉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무부, 교육부 등 정부기관과 대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개추위’는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국무총리와 민간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교육·국방·행자·노동·예산처 등 각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법원행정처장 및 장관급 민간인사로 구성되는 최고 의결기관인 위원회가 있다. 그 밑으로는 각 부처의 차관급 인사들로 구성된 실무위원회가 있고 그 다음이 위원회를 지원하는 조사·연구 업무를 하는 기획추진단이다. 이미 실무위원회와 기획추진단은 인선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벌써 서울 종로에 사무실이 마련돼 실무팀들은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국무총리와 함께 사개추위를 이끌고 갈 민간 공동위원장이 누가 되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관심이 큰 곳은 바로 대학들. 로스쿨에 대학들의 향후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설립되는 로스쿨은 총정원이 현재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준인 1천2백명으로 정해졌고 로스쿨 한 곳의 정원은 1백~2백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많아야 10개 정도의 대학에만 로스쿨이 설립된다.
검찰과 법원, 변호사 업계도 관심이 크다. 특히 이전 사개위 논의에서 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검찰로서는 더욱 위원장에 목을 메고 있다. 일례로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을 법원이 심사하는 재정신청을 모든 고소·고발 사건으로 확대한 것이나, 재판정에서 검사가 배심원과 참심원을 설득해야 하는 국민참여재판, 민간대학이 검사를 길러내는 로스쿨 등 대부분이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사항들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개추위에서 각종 개혁 방안들이 좀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체안이 마련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개위 논의 결과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특히 사개위는 초대형 정책들을 시간에 쫓겨 심도있게 검토하지 못하고 결정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개추위에서 사개위에서 마련한 개혁방안들의 문제점과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겠다는 얘기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민간 로스쿨이 중구난방으로 설립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볼 때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전국에 국립 로스쿨을 만드는 방안이 다시 검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은 사개위에서의 손실을 사개추위에서 만회하기 위해 위원장이 검찰의 실정과 수사 환경을 이해하는 ‘친검’ 인사가 되는 것이 절실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초동 주변에서 사개추위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바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다. 국무총리와 공동위원장인 만큼 최소한 전직 장관급 이상은 돼야 하고 법조계 경험이 필수적인데다 국민들로 사이에 지명도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강 전 장관이 적임자가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 코드가 맞는다는 점에서 강 전 장관의 위원장 설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강 전 장관의 위원장 임명에 대해 대법원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본인이 다시 세상의 관심 범위 안에 다시 들어오려 하겠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7월 장관직을 물러난 뒤 지금은 거의 칩거 상태에 있다. 얼마 전에는 좋아하는 살품이춤 강습도 받는 등 일종의 휴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6개월 정도의 휴가라면 1년5개월 동안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와 피로도 어느정도 풀릴 만한 시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제는 새 일을 시작하실 수 있는 단계에 오신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