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현재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구조”라며 “정치개혁을 통해 양당구조 고착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개특위 가동 이전에 이미 국고지원 총액 동결을 조건으로 국회 의석수를 360석으로 늘리자는 파격 수정안을 내놓았다. 여론이 좋지 않을뿐더러, 일부 현역 의원들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상당수 의원들은 ‘옳은 말을 했다’고 격려했다. 다만 이를 외부에 알리는 것에 대해선 주저하시더라. 무엇이 국민에 부합하는 개혁인가. 물론 이전에 국회는 개개인의 이해관계, 당리당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불신하는 것이다. 의원들 스스로도 개혁을 해야 정치가 바뀐다고 잘 안다. 다만 그것이 본인과 당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소극적인 것일 뿐이다.”
―일각에선 결국 정의당의 생존을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꼭 말씀드리고 싶다. 절대 당리당략이 아니다. 문제는 현재의 왜곡된 선거제도다. 지난해 10월, 헌재의 판결도 선거제도를 바로잡자는 것 아닌가. 국민 주권주의의 핵심은 표의 등가성에 있다. 최대 인구수와 최저 인구수의 비율을 2 대 1로 줄이라는 것은 표의 등가성 때문이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승자독식구조다. 민심이 왜곡돼 의석에 반영되고 있다. 18대 총선을 기준으로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를 비교한다면 새누리당은 24석을 더 가져갔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8석을 더 가져갔다. 진보정당은 18석을 빼앗겼다. 양당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정개특위는 어느 정도 개입하나.
“아직 선거구획정위 구성 방법도 합의가 안 됐다. 다만 우리는 당사자(국회의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고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당리당략을 위한 비정상적 선거구)을 방지하기 위해 제3의 기구에 전적으로 (선거구 획정은)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구획정위의 결과에 대해 공직선거법에서 보장된 정당의 발언권이 곧 수정권한으로 발동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개특위를 포함해 의원들은 찬반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특히 권역별 비례대표를 강조하는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안에 대한 입장은.
“이미 내가 예전부터 내놓은 안이다. 그것을 지난 2월 선관위가 수용한 것이다. 다만 선관위는 의석수를 현재의 300석을 기준으로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자고 했다. 선관위가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것 같다. 결국 지역구 46석을 없애자는 것인데, 이것은 1만 퍼센트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선관위 말대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간 비율을 2 대 1로 하면 지역구는 동결하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이 맞다. 앞서 말했듯, 의원들의 국고지원금은 동결해 국민의 대표성은 확대하고 의원 개인의 특권은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의원 한 사람이 16만 명의 주민을 대표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9만 명이다. 근거도 충분하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정치자금 현실화, 특히 후원금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면,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실시간 정치자금 입출금 공개 시스템 도입에 대해선 적극 찬성한다.”
―현재 지역운영위원회 제도에선 원내 의원들 외에 지역 차원에선 후원금 모금을 못한다. 이를 해제하는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기본적으로 정당은 풀뿌리가 가장 중요하다.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은 기성 정당 얘기다. 지구당을 통해 지역 주민 목소리를 취합하고 국회에서 대변해야 한다. 그것이 생활정치다. 투명성 보장을 조건으로 지구당의 후원금 모집이 확대되면 좋겠다.”
―유일한 진보정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이다.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나 이외에 적극적으로 정치개혁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나(웃음). 그동안 정개특위는 시간만 끌다가 막판에 두 거대정당이 나눠먹는 식으로 해왔다. 정개특위가 정치개혁저지위원회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다. 이번엔 국민들이 지켜본다.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다면, 미래는 없다.”
―정의당은 현재 원내에 남은 유일한 진보정당이 됐다. 이젠 정말 생존이 문제다.
“이제나저제나 결국 현재의 선거제도 탓에 아무리 유능하고 헌신적인 제3세력이 있더라도 1, 2당이 될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원내정당이 되더라도, 전 세계서 전무한 ‘교섭단체 제도’라는 장벽 탓에 제3세력은 성장할 수 없다. 정의당의 능력이 발휘되려면 현재의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제도만 탓할 수는 없지 않나.
“정의당은 거대 양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민생정책의 모형을 제시해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더 치열하게 대변한다. 그럼에도 워낙 우리의 마이크가 작기 때문에 힘을 갖기 어려운 것이다.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오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에서 야권 연대에 대한 입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51%만을 위한 민주주의는 최소한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70%, 100%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연대와 연정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현재 제1야당은 비판을 받고 있고, 새로운 대안세력의 열망은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연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에 입각한 연합정치를 지향해야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문 대표에게 묻고자 한다. 무원칙한 단일화를 안 한다는 것이 사표심리를 강화해 양당독재정치를 강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분명히 답해야 한다.”
―국민모임과의 연대 추진, 특히 정동영, 천정배 등 유력인사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물론 가능성은 열어둔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리는 안한다. 우리는 과거 실패 경험도 있지 않나. 다만 특정 유력인사를 두고 입장을 표할 수는 없다. 유력인사와의 단일화는 국민모임이 좀 더 세력화가 된다는 조건에서 판단할 문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