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핵심 사정기관인 감사원과 국세청 간부들이 잇달아 성매매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하기는 했지만 (돈을) 주지는 않았다.”
지난 3월 19일 오후 10시 50분께 서울 역삼동의 M 모텔에서 유흥주점 여직원 2명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체포된 감사원 감찰담당관실 4급 공무원 김 아무개 씨와 5급 김 아무개 씨가 서울 수서경찰서 조사에서 한 말이다. 사건 발생 며칠 후 감사원으로부터 직위 해제된 이 두 공무원은 이 같은 말로써 자신들의 성매매 혐의를 부인했지만 사건은 오히려 한전으로부터의 성 접대 의혹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 직원들은 모두 성매매 혐의를 부인하는데, 성매매 여성 1명이 혐의를 시인하면서 감사원 직원들의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 감사원 공무원들은 이날 성매매를 하기 직전 한국전력 계열사 A 부장, 한국전력 B 차장과 함께 서울 역삼동의 고급 요정 D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이 한전 측으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공기업 감사권을 갖고 있으며, 한전은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이들이 술을 마신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연면적 1600m²(484평)의 D 요정은 1인당 저녁식사 가격이 30만 원대 후반에 달한다. 접대 여성은 한복을 입고 손님 옆에 앉아 술을 따르며 웬만한 스킨십도 허용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요정에서 술을 따르는 아가씨들은 점오(아가씨들의 미모ㆍ가격ㆍ분위기 등에서 텐프로와 20%의 중간 정도를 일컫는 유흥업계 은어)로 서비스는 일반유흥주점과 비슷하다. 2명을 생각했을 때 2차(성매매)비까지 300만 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 공무원들 돈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감사원 직원들이 한국전력 직원들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의 D 요정 입구.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경찰 한 관계자는 “수서경찰서에 맨 처음 확인했을 때는 해당 요정에서 있었던 1차 술자리에는 감사원 직원 두 명을 포함해 5명이 있었다. 한 명이 빠져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원 간부 2명은 해당 요정에서 한전 직원 등과 술을 마신 뒤 약 500미터 떨어진 인근의 모텔로 이동한 후 요정의 접대부 여성 2명을 다시 만나 성매매를 했다.
이보다 앞서 국세청 과장급 간부 2명은 지난 3월 2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역삼동의 A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 2명과 술을 마신 후 인근의 모텔로 자리를 옮겨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바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지난 3월 16일 해당 유흥주점과 모텔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국세청 간부 2명은 행정고시 동기로, 이 중 한 명은 성매매 적발 당시 서울의 한 세무서에서 세무서장을 맡고 있었다. 감사원 공무원들이 술을 마신 요정과 달리 국세청 직원들이 술을 마신 유흥주점은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국세청 간부들이 성매매가 있었던 당일 기업체 대표 여러 명과 함께 해당 A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국세청 직원들 역시 이들 기업인들로부터 대가성 접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국세청 직원들 외에 동석자가 있었는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매매 단속을 하는 경찰이 잇따라 월척을 낚은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세청과 감사원 두 사정기관 간 물밑 알력 다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이 3월 초 감사원 측의 제보로 잡히자 벼르고 있던 국세청 측에서 감사원 직원들의 성매매 현장을 제보했다는 것이 이런 의혹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한 사정기관의 관계자는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감사원, 공정위, 금감원 등 권력사정기관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알력 다툼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만약 감사원 측의 제보로 국세청 직원들의 성매매가 적발된 것이라면 국세청도 가만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한 관계자는 “국세청, 감사원 직원들에 대한 성매매 현장 최초 제보는 여성가족부로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여가부와 경찰이 합동으로 잠복해 현장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