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북카페에 붙은 노키즈존 안내문구. 임준선 기자
막 노 키즈 존이 등장했을 때는 5세 이하의 영유아만 출입을 금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한연령이 다양해져 이제는 13세 이하 초등학생까지 혹은 19세 미만의 청소년도 받지 않는 업소도 생겼다. 이런 곳들은 보호자를 동반하더라도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되는 것이다.
최악의 불경기라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노 키즈 존을 내세우며 오는 손님도 마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남 통영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곽 아무개 씨(26)는 “뜨거운 음료가 오가니 사고 위험도 높고 어린 아이들의 손에 망가지는 소품도 어마어마했다. 그때마다 손님들과 얼굴을 붉힐 순 없어 올해부터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은 출입제한을 뒀다”며 “사실 부모가 신경만 잘 써줬어도 이런 식으론 안 했을 것이다. 아이들보다 가만히 지켜보다 사고가 생기면 오히려 큰 소리 내는 부모들이 더 보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어렵사리 노 키즈 존을 도입했지만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곽 씨는 “애들이 범죄자냐며 욕을 하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손님도 늘고 매출도 증가했다. 이 주변엔 애들이 많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진 듯하다”며 “다른 카페 주인들도 기저귀 버리고 가는 손님, 식기에 애들 오줌 두고 가는 손님들에 질려 노 키즈 존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더라. 얼마 전 한 식당에서 불판에 화상 입은 아이 때문에 몇 백만 원을 물어주는 것을 보곤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여러 부작용 걱정으로 대놓고 노 키즈 존을 알리지 못하는 업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영유아 동반 고객들을 쫓아내기도 한다. 점심에만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고 저녁에는 금지시키는 ‘반쪽 노 키즈 존’이 등장하는가 하면 가장 흔한 방법은 온갖 핑계를 동원해 제 발로 나가게 하기다.
4살 아이와 함께 외식에 나섰던 이 아무개 씨(여·32)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불쾌함을 느꼈다. 응대를 나온 직원이 유모차를 보자마자 “아기 의자가 없다” “아이용 식기가 없다” “어린이 메뉴가 없다” 등을 연발하며 온몸으로 싫은 티를 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일부러 식사시간이 조금 지나서 갔는데 계속 나가달라는 분위기를 풍겨 결국 다른 곳에서 식사를 했다. 기분이 나빠 지역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요즘 이런 곳이 많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아기 키우는 게 죄도 아니고 집에서 나오지 말란 소리 같아 화도 나고 서글프다”고 말했다.
한편 노 키즈 존 확대로 갈 곳 잃은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을 내세운 업소도 생겨났다. 유모차를 끌고 온 손님들에게 음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아이와 함께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작은 이벤트는 기본이고 시설 이용에도 불편이 없게끔 한다.
예스 키즈 존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는데 전체를 어린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꾸미거나 공간을 분리해 일반 손님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기 용인의 유명 레스토랑은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분리해 손님을 받는다. 지하 1층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대신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되고 보다 캐주얼하게 꾸며진 지상 1층에서는 디저트만 원하는 일반 손님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음식점뿐 아니라 일부 극장도 ‘아이랑 엄마랑 상영관’ 등을 만들어 아이를 동반하고 편히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예스 키즈 존은 산후조리원 동기모임 등 엄마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