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입차의 증가세는 1억 5000만 원 이상 최고급 차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1억 5000만 원이 넘는 비싼 차량의 등록 대수는 5616대였다. 2013년 2923대의 두 배에 육박해 전체 수입차 가격대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규등록 점유율은 2013년 1.9%에서 2.9%로 1%포인트 뛰었다.
이어 7000만∼1억 원 구간이 3만 3778대로 2013년 2만 1632대보다 50%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입차 가격대에서 2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13.8%에서 17.1%로 3.3%포인트 뛰었다.
1억∼1억 5000만 원의 경우 9360대가 새로 등록돼 2013년 8320대보다 12.5% 늘었으나 점유율은 5.3%에서 4.8%로 다소 낮아졌다.
반면 수입차의 대중화를 주도했다고 평가받은 판매가 3000만 원 미만의 수입차 등록은 2013년 5604대보다 10.1% 줄어든 5036대에 그쳐 전체 가격대 가운데 유일하게 역신장했다.
지난해 이렇듯 비싼 수입차가 많이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부자들에겐 불황이 없는 것일까. 돈이 많은 사람이 비싼 차를 사는 것을 시비 걸려는 것은 아니다. 혹시 일부의 지적대로 베블런 효과 때문일지 걱정스럽다. 1899년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인 베블런은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는 ‘과시적 소비’를 지적했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상승하면 허영심을 자극해 수요가 증대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베블런 효과를 마케팅이나 광고에 이용하여 고급화와 차별화 정책을 표방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수입차 측 관계자들은 대부분 “수입차가 대중화되며 국산차를 타던 사람이 손쉽게 넘어갈 수 있는 3000만∼4000만 원대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희소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고가차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수입차가 점차 대중화하면서 값이 비싸더라도 좀 더 특별한 모델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지난해 비싼 수입차의 증가세로 바야흐로 대한민국도 슈퍼카 시대에 들어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BMW나 벤츠가 ‘강남 쏘나타’, 렉서스가 ‘강남 택시’로 불릴 정도이니 과한 말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럭셔리카·슈퍼카를 표방한 업체들은 모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총 723대가 팔렸다. 2013년 대비 469%의 성장률이다. 1억 원 정도 하는 2013년 하반기에 출시된 기블리 모델이 국내 총 판매량의 7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벤틀리는 96.3% 증가한 322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2억 5000만 원짜리 차인 플라잉스퍼가 지난 한 해 동안 총 194대가 판매돼 한국 내 벤틀리 판매의 60%를 책임졌다.
포르셰는 지난해 판매대수가 2568대로 전년 대비 25.8% 증가했다. 포르셰의 대표 슈퍼카로 꼽히는 포르셰 911의 경우 지난해 295대가 판매됐다. 포르셰 911의 가격은 대당 1억 5000만 원에서 2억 5000만 원 정도다.
페라리는 캘리포니아 T의 성공적인 국내 출시에 힘입어 2013년 대비 두 배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또한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한 페라리 488 GTB의 사전 주문 열기로 올 들어 2월까지 누적 계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배나 급증했다. 캘리포니아 T의 국내 기본 판매가격은 2억 7000만원 후반부터다. 페라리 488 GTB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외신에 따르면 20만파운드(약 3억 3000만 원) 정도다.
이밖에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30여 대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롤스로이스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45대를 판매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