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아 2단은 대만의 헤이자자 6단과 상당히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바둑계에선 “양국 미녀기사가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던 거 같아요. 같이 간 선수들도 모두 기량이 좋아서 내심 ‘이번엔 우승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5연승까지 하니까 사실 저도 놀랐어요. 한판 이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축하 문자를 받았어요.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그게 플러스가 된 거 같아요.”
―어려웠던 경기는 없었나요.
“기베 나쓰키 초단(3라운드)과의 경기가 사실 제일 힘들었어요. 나쓰키 선수 자체가 대회에 처음 나왔고 이름도 잘 안 알려졌어요. 그래서 내심 ‘지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위험했어요.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쑹룽후이 5단(중국)한테 결국 졌는데 아쉬웠겠어요.
“정말 아깝게 졌어요. 사실 그 선수한테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전날 쑹룽후이 선수의 기보를 봤는데 내용이 좋진 않더군요. 근데 그게 방심으로 이어졌던 거 같아요. 아쉽지만 남은 한국 선수들이 잘하기 때문에 충분히 우승 가능할 거 같아요.”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나요.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은 일주일에 5일을 해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에는 쉬거나 바둑공부하거나 그래요. 사실 취미생활이 별로 없어요. 친구들이랑 놀거나 책 읽고 가끔 영화를 보는 정도?”
―친구들 중에는 프로기사들이 많겠네요.
“같이 연구생 공부했던 문도원 김혜림 강다정 이유진 김신영 등 다 친해요.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친구를 두루 사귀는 편은 아니에요.”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 같은 것도 있나요?
“사실 너무 많아요. 성이 오 씨라서 오 뒤에 다양한 건 다 붙여요. 깨방정을 잘 떤다 해서 오방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귀가 얇다고 오팔랑으로 불리기도 하고(웃음). 귀가 얇은 게 바둑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요새는 ‘대세 미녀기사’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어떤가요(오정아 2단은 대만의 대표 미녀기사인 헤이자자 6단과 상당히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바둑계에선 “양국 미녀기사가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하. 주변에서 약간 그러셔서 처음에는 ‘그냥 뭐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미녀라기보다는 잘 웃고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헤이자자 선수도 친해요. 그런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더 공부하고 서로 대화하고 싶어요.”
―최근 엠디엠 여자바둑리그에서 ‘서귀포 칠십리팀’ 주장을 맡았어요. 어땠나요.
“팀이 초반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순식간에 5연승을 해서 선두권에 들어서 기뻤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져서. 제가 부진해서 떨어진 거라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많은 감정이 교차해서. 마지막 경기 끝나고 팀원들이랑 술을 좀 마셨어요.”
―술은 조금 해요?
“은근 세요. 집안 내력이라. 좀 먹는 거 같아요. 소주보단 폭탄주, 폭탄주보단 맥주. 근데 평소엔 안 마시고 정말 아주 시합 끝나고 가끔이요. 바둑 공부에 집중해야 해서(웃음).”
―최근 20기 가그린배 여류국수전에서 4강에 올랐어요. 현재까진 최고 기록인데.
“이제까지 페어바둑대회에서만 수상을 해서 개인 타이틀을 한번 꼭 타고 싶어요. 하지만 김칫국 마시면 큰일 나요. 조용히 차분하게 준비하려고요.”
―그러고 보니 페어바둑대회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네요(오정아 2단은 2013년 제3회 SG배 페어바둑최강전에서 조한승 9단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국수산맥 국제페어바둑대회에서는 조훈현 9단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도 있지만 파트너를 신경 쓰지 않고 제가 두려는 바둑을 마음 편히 뒀던 게 오히려 결과가 좋았던 거 같아요. 조훈현 사범님과 할 때는 첫 라운드 때 제 실수로 시간패를 당해서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조훈현 사범님한테 어찌나 죄송하던지. 많이 당황했어요.”
―프로로 입단한 지 벌써 4년차네요. 바둑을 하면서 그동안 힘든 점은 없었나요.
“초등학교 1학년 때 바둑을 시작해서 3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서 줄곧 바둑만 했으니 어렸을 때는 집 생각이 많이 났던 기억이 나요. 중학교 때였나 도장 기숙사 생활이 답답해서 그때 친한 문도원이나 김혜림과 함께 몰래 기숙사 담장을 넘어서 한강으로 도망을 간 적 있었어요. 밤새 수다만 떨었는데 엄청 즐거웠어요. 하지만 나중에 들켜서 사범님한테 심하게 혼났죠. 그밖에 입단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져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많이 응원해줬는데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이젠 ‘대세’로 꼽힙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요새 잘 이긴다곤 하지만 사실 고민이 많아요. 바둑 스타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가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일단 개인 타이틀부터 획득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정아하면 ‘어떤 기풍을 가졌구나’라고 사람들이 단번에 알 수 있는 프로기사가 되고 싶어요. 많이 지켜봐주세요.”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오정아 2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