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발발 ‘기습적인 상륙작전’
태진아와 <시사저널USA>의 전쟁은 3월 17일 시작됐다. <시사저널USA>이 3월 17일자 신문에서 ‘태진아, LA H 카지노에서 억대 바카라 게임 들통’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것.
‘억대 원정 도박설’ 논란에 휩싸인 태진아가 3월 24일 서울 용산구청 미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다. 작은 사진은 당시 카지노 지배인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해명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해당 기사는 태진아가 LA를 방문해 LA 한인타운 인근 ‘H’ 카지노장에서 고액 베팅 바카라 게임을 했다는 내용이다. 기사 주요 내용은 태진아가 아들 이루와 함께 고액 베팅만 가능한 특별 룸에서 하룻밤 동안 해외 원정도박을 즐겼다는 것으로 당시 태진아가 모자를 눌러 쓰고 나름 변장을 했다고 한다. ‘H 카지노’는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로 알려졌다. 고액 베팅 전용 특별실에서 오랜 시간 바카라 게임을 즐겼는데 한 번에 많게는 수천 달러씩 베팅을 하기도 했다며 태진아가 게임을 한 시간과 베팅횟수를 계산할 경우 수천만 원은 쉽게 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8일 국내 매스컴이 <시사저널USA>의 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태진아 도박설은 엄청난 화제가 됐다.
#방어전 시작 ‘지휘부 혼란으로 위기’
기습적인 <시사저널USA>의 공습에 태진아 측은 즉각적인 방어전에 돌입했다. 태진아가 직접 기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도박설을 정면으로 부인했으며 몇몇 방송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시사저널USA> 기자가 금전 요구를 했으며 응하지 않으면 기사화한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공습에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고 지휘부 혼란으로 되레 곤궁에 빠져들었다. ‘말 바꾸기’ 논란이 제기된 것. 첫째는 도박 횟수다. 태진아는 방송 출연 때마다 카지노 방문 횟수를 다르게 말했다. 처음 한 번에서 두 번, 나중에는 네 번 카지노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또한 카지노 VIP룸이 아닌 일반실에서 게임을 했다고 밝혔지만 한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 직원이 “베팅 금액은 고객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지만 태진아가 VIP룸에서 도박한 건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진아가 카지노 방문 횟수에서 말을 바꾸고 카지노 일반실에서 게임을 했다는 주장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됐다. <시사저널USA> 측의 추가 공개가 없었음에도 태진아 측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대반격 ‘대량살상무기로 초토화’
태진아 측의 본격적인 반격은 지난 21일 즈음 시작됐다. 결정적인 녹취록이 등장한 것. 이는 태진아의 LA 지인 하워드 박이 <시사저널USA> 심언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놓은 것으로 태진아가 도박 관련 보도로 곤란에 처하자 하워드 박이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태진아 측은 이를 바탕으로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태진아가 법률 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를 동행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녹취록은 말 그대로 대량살상무기였다. 태진아 측은 녹취록과 하워드 박의 영상 인터뷰, 그리고 태진아가 LA 방문시 들른 또 다른 카지노인 허슬러 카지노 총지배인 폴 송과의 공개 전화통화 등을 준비했다.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 특별 룸에서 하룻밤 동안 해외 원정도박을 즐겼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태진아는 “할리우드 파크 카지노에선 한 시간가량 게임을 했으며 3000달러로 시작해 1500달러 정도를 땄다”고 밝혔다. 또한 변장설에 대해선 “모자를 쓰고 반짝이는 점퍼를 입었는데 변장은 말도 안된다”며 카지노 방문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VIP룸에서 게임을 즐겼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곳이 VIP룸인지 몰랐으며 밀폐된 공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공개 전화 인터뷰에 응한 폴 송은 “베팅 한도가 높은 VIP 테이블이긴 하지만 밀폐된 곳은 아니고 딱히 VIP룸이라 써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태진아 씨는 그곳이 VIP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루가 함께 게임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루는 차에서 기다리다가 몇 번 짧게 카지노에 왔다간 것일 뿐 게임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태진아는 “처음 한 번 갔다고 말한 것은 해당 H 카지노를 한 번 갔다는 의미였으며 두 번은 LA에서 두 번 카지노를 갔다는 의미였으며 네 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두 번 간 것을 더해 이번 미국 여행 와중에 카지노에 간 총 횟수였다”며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오해가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USA>가 금전적인 요구를 했다는 태진아 측 주장이 녹취록에도 담겨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심언 대표가 이런 얘길 하고 있다. “우리 회사 주주로 좀 참여해주면 제일 좋지, 투자를 좀 해주라. 정식으로 주식발행 해갖고 정식으로 계산 딱 해서 몇 십 프로 넘겨줄 테니까. 최하 20만 불은 해주면 좋겠는데. 2억이야 2억 얼마 돈도 안 되는 데 뭐.”
#2차 공습 ‘미사일 정밀타격 시도’
3월 25일 <시사저널USA>가 두 번째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2차 공습이 시작된 것. 우선 녹취록을 공개한 하워드 박이 태진아와 가까운 사이이며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전화 인터뷰에 응한 폴 송은 하워드 박과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박과 폴 송이 한 골프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미리 의도되고 조작된 사람들을 동원해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우롱하고 취재진을 기만한 것”이라 주장했다.
태진아 기자회견장에 모인 수많은 취재진들.
또한 이루의 도박 여부에 대해 “이루도 왔다 갔다 하며 도박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이루 도박에 관련된 사진게재 여부는 담당 변호사의 의견과 카지노 측의 강력한 반발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MGM 등에서의 도박 사실, 특히 큰돈을 잃고 여기저기 도박장을 전전하며 게임을 계속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며 태진아 관련 제보도 소개했다. 이어 “허슬러 카지노는 물론 할리우드 파크,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이틀간의 도박내용도 CCTV를 확인해 도박 전체 자금을 반드시 밝힐 계획”이라 밝혔다.
금전 요구설에 대해선 ‘심언 발행인이 밝힌 전모’라는 제목의 글에서 상세히 해명했다. <시사저널USA> 측은 “하워드 박이 연방법과 캘리포니아 주법을 어기며 불법녹취 장치를 사전에 계획적으로 설치하고 당사자로부터 이익을 편취하고 공개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무실에 미리 불법 도청 장치를 태진아의 사주로 준비한 하워드 박은 유도해 덫을 놓아 올가미를 씌운 후 나중에 발행인을 협박하는 데 사용한 것”이라며 “창간 6개월도 안된 영세 언론매체인 점을 노려 투자나 인수 운운 하면서 현혹 유도해 불법도청을 올가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회유 제공 부분을 거절하면서 오히려 ‘아예 투자해 회사를 사가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금품 요구가 아닌 투자에 관한 이야기”라며 녹취록이 짜깁기 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태진아 측에 네 가지 공개 요구를 했다. 우선 스스로 각 해당 카지노 측에 요청해 CCTV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하워드 박 씨와 주고받은 TXT 문자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며, 도박 자금 내역을 밝히기 위해 미국 방문기간 중 가족과 법인의 크레디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녹취록을 20일 동안 공개하지 않고 뒤로 <시사저널USA> 측을 회유 압박만 계속한 까닭을 밝히라고 요청했다.
#사드(THAAD) 도입 ‘전쟁범죄 제소’
기습적인 상륙작전에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던 태진아 측이 2차 공습에선 다소 여유로운 대처를 선보였다. <시사저널USA> 측의 네 가지 공개 요구에 태진아 측 권창범 변호사는 적극 대응했다. 우선 CCTV 공개 요구에 대해선 이미 기자회견에서 “미국 법원을 통해 해당 카지노의 CCTV 자료를 확보해 필요할 경우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자 공개에 대해선 “하워드 박과 심언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라면 <시사저널USA>도 갖고 있을 것이기에 직접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가족과 법인의 크레디트카드 사용 내역까지 공개 요구에 대해선 “굳이 도박 자금 내역을 밝히기 위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진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녹취록을 20일 동안 공개하지 않을 까닭에 대해선 “기자회견 며칠 전에 입수해 공개한 것으로 그 전에는 녹취록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정밀 타격이 이어졌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한 태진아 측이 확실한 방어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루 도박 관련 사진 게재에 대해 권 변호사는 “태진아와 이루의 초상권을 문제 삼지 않을 테니 정말 사진을 갖고 있다면 당장 공개하라”는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또한 녹취록 짜깁기 의혹에 대해선 “녹취 전체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태진아 측은 26일 심언 <시사저널USA> 대표를 공갈미수죄 및 허위 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제 양측의 공방은 수사기관을 거쳐 법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