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천정배’ 양강구도속 `5자 전면전’ 양상..후폭풍 거셀듯
광주 서구을은 그야말로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인 가운데 선거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정치권은 물론 중앙 정치권까지 서구 을 보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명운을 걸고 모두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선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한층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선거판세는 조영택 후보를 앞세워 텃밭 사수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항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도전장을 내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양상이다.
선거 막판 변수로는 ‘반(反) 새정치연합’ 전선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정의당이 무소속 천 후보와의 연대에 난색을 표하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막판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최대 관심거리다.
여기에 투표율이 높지 않은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도 이번 보궐선거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 중의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택-천정배 ‘2강’구도 속 혼전
총 6명이 출사표를 던진 광주 서구을은 ‘텃밭 조직’을 앞세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과 ‘압도적 인지도’로 무장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다.
진보세력의 양대 축인 정의당과 옛 통합진보당 세력도 강은미 후보와 조남일 후보도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여기다 ‘제2의 이정현’을 외치며 ‘깜짝’ 반전을 노리는 새누리당 정승 후보까지 가세해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구을엔 송기진 전 함박웃음 중앙본부 독도지킴이 특별위원회 전남본부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해 총 6명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현 서구을 선거구도에 대해 조영택, 천정배 ‘2강’ 구도 속에 정승 후보와 강은미 후보, 조남일 후보 등이 뒤를 쫓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광주가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결국에는 조 후보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고 혼전 양상이어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새정치 대 반새정치’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조영택 후보와 천 후보가 앞서가는 형국이지만 선거는 아직까지 많이 남았다”며 “남은 기간 동안 후보단일화 등 여러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여 결과는 쉽게 점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비새정치연합 여부 ‘변수’
선거 국면을 좌우할 변수로는 ‘반(反)새정치연대’ 구축 여부가 먼저 꼽힌다. 하지만 정의당 측에서는 연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최근 반새정치연대 여부에 대해 “(천정배 후보의)탈당과 출마가 과연 야권의 혁신과 판을 바꾸는 변화를 가져오는 대승적 정치행보인지 의문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이러한 입장이 ‘당의 생명력’을 고려한 계산된 입장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긴 호흡으로 봤을 때 독자후보를 내고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반새정치연대가 이뤄질 경우 정의당의 수명도 짧아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천 후보의 입장에서 볼 때 반 새정치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마이너스가 분명하다. 반면 새정치는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으로 야권개혁 후보를 자처한 정의당 강은미 후보와 옛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조남일 후보의 행보도 관심이다. ‘새정치-천정배’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후보들이다. 이른바 ‘비새정치연합 연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인데, 강은미 후보는 “천정배 후보와 가야할 길이 다르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은미 후보는 오랫동안 지역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활동했고, 광주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터라 나름의 자신감도 내보이고 있다.
조남일 후보도 서구을이 옛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 의원의 지역구인만큼 “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선거 활동을 지속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는 “진보(옛 통합진보당을 지칭)를 다시 국회로 보내달라”며 지난 총선에서 오 전 의원에 던진 서구을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과 강은미 후보 개인의 완강한 ‘완주’ 의지로, ‘천정배-강은미-조남일’의 비새정치연합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다. 비새정치연합 전선의 “새정치연합의 독점구도를 깨뜨려야 한다”는 대의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력을 앞세운 새정치연합에 판세가 기울게 될 경우 막판 ‘깜짝 단일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이냐 돌풍이냐” ...‘투표율’도 변수
투표율이 높지 않은 보궐선거에선 ‘고정 지지층’의 조직적 동원력은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다.
지역 정가에선 ‘새정치연합 독주 타파’의 바람을 탄 천정배 후보의 초반 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새정치연합의 조직적 지원사격이 계속되면 ‘무소속’의 한계를 지닌 천 후보가 불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4일 경선을 통해 조영택 전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지만, 실상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선거 기간 광주로 총출동할 태세다. 사실상 선거판이 ‘조영택-천정배’ 구도가 아니라 ‘새정치 또는 문재인-천정배’ 구도로 짜여 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보고대회 참석을 명목으로 광주를 찾아 “광주 서구는 전국 판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새정치연합의 공세에 맞설 천 후보의 카드는 바람이다. 바람이 조직력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돌풍 수준에 육박해야 하고, 결국 그 바람의 세기는 투표율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런 의미에서 투표율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냐가 이번 선거의 관심사다. 통상 20% 대가 나올 것으로 보이나 전례없는 ‘새정치-천정배’ 구도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0% 이상 또는 40%에 가까운 투표율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새누리 ‘어부지리’ 기대...이정현 ‘찬물’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으로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정승 후보는 ‘이정현 후광효과’를 통한 의외의 결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 일각에선 ‘다야(多野)구도’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2년 총선에서 서구을에 출마했던 이정현 의원이 39%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도 정 후보 측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정현 의원이 ‘예산 폭탄’을 내세웠듯 정승 후보는 ‘예산 불독’을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난달 26일에는 김무성 대표, 이정현 의원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를 찾아 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정현 의원이 ‘쓰레기 발언’으로 광주민심을 폄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승 후보에까지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의원의 ‘지원사격’이 정 후보를 ‘저격’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광주 서구을 지역의 한 유권자는 “정승 후보는 지역 출신의 참신한 인재로 호감을 높여가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이정현 최고위원의 쓰레기 발언으로 ‘인물이 참신해도, 역시 새누리는 새누리구나’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총력전 속 후폭풍 거셀 듯
선거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중앙 정치권도 광주서구 을 보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이번 선거가 지난 2월 취임한 문재인 대표의 첫 시험무대로 텃밭인 광주에서 패할 경우 즉각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져 문재인 대표 체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나아가 ‘일당 독점’체제였던 호남지역 전체의 정치지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특히 ‘호남발 신당론’이 급물살을 타며 야권재편 본격화라는 거센 도전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당에서도 이 지역을 최우선 전략지역으로 판단해 지도부가 수차례 광주를 찾아 “제1야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물론, 광주형일자리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 등 정책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기존 재보선 기획단 체제를 종합상황실 체제로 전환, 선거구별로 전담 최고위원제를 운영할 예정이다. 사실상 선거판이 ‘조영택-천정배’ 구도가 아니라 ‘새정치 또는 문재인-천정배’ 구도로 짜여 지고 있다.
반면,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천 후보는 당선된다면 야권재편의 중심축으로 화려하게 재기해 ‘호남정치’ 명맥을 승계할 인물로 급부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낙선할 경우 본인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정 후보를 당선시키면 당의 ‘서진(西進) 행보’가 탄력을 받아 정국의 주도권을 단숨에 가져올 수 있고, 김무성 대표의 ‘대권 잠룡’ 존재감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남의 ‘이정현’, 광주 ‘정승’으로 이어지는 전략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보선에 ‘전력 투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기대할 만큼의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할 경우 기존의 ‘이정현 효과’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의당도 강은미 후보를 내세워 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옛 통진당 측도 이번 선거에서 미약한 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 세력도 사활을 건 선거전을 벌일 전망이다.
한편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광주서구을, 인천 강화을,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등 4곳에서 치러지며, 4월9~10일 후보 등록이 진행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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