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하루는 그렇게 끝날 것인가? 외부와 단절된 채, 깨어 있던 시간에 만났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내면의 세상과 만나게 되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린다. 바로 잠이다.
우리는 잠자며, 무서운 것에 쫓기고, 나무에서 떨어지며, 하늘을 날고, 성관계도 한다. 그런 경험은 우리 인생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하루 중 거의 3분의 1일을 보내는 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잠을 비효율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잠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가 하면, 잠을 남들보다 더 자는 것을 게으른 것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게으름뱅이가 자는 동안 땅을 갈아라, 그러면 팔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옥수수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 저자는 “잠은 이 행성에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것이고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파 수면 시간 동안 우리는 낮에 새로 배웠던 내용을 반복하며 학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로 찾기 훈련을 하고 나서 잠을 잔 쥐는 같은 훈련을 하고 잠을 자지 않은 쥐보다 길을 떠 빨리 찾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시험 준비 시간과 상관 없이 잠을 많이 잔 쪽의 성적이 더 좋았다.
게다가 잠은 꽤 창조적인 활동이다. 깨어 있을 때는 시간의 축을 따라가는 우리의 인식이 잠이 들면 감정의 축을 따라간다. 잠이 막 들려고 할 때는 예전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중첩되면서 새로운 퍼즐을 만들고 그것을 풀어나간다.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폴 매카트니는 꿈에서 들었던 음율로 <예스터데이>를 작곡했다고 한다.
또한 잠과 깨어 있음은 서로 소통한다. 꿈에서 특정 인물이 나에게 해를 끼쳤다면,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왠지 편한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꿈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꿈에서의 감성과 깨어 있을 때의 감성은 서로 연결되어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은 잠에 대해, 깨어 있음에 대해, 그리고 잠과 깨어 있음의 그 중간 지대에 대해 선명한 통찰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잠의 과학, 잠의 문화 그리고 잠의 비밀인 것이다.
결국, 잠은 아직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있지만 그 안에 수많은 선물이 숨어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될 것이다.
캣 더프 지음. 서자영 옮김. 처음북스.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