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수사팀(박상옥 당시 검사 맨 왼쪽)이 수사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출처 = 서기호 의원실
[일요신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이 피의자 수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짜맞추기식 결론을 내렸다는 검찰 내부 문건이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사건 수사팀에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속해 있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고문치사(박종철)’ 기록물을 열람한 결과, 당시 검찰 수사팀이 본격적인 수사도 하기 전에 경찰 수사에 짜맞춰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은 박종철 사건 당시 전국 각 지방 검찰청이 법무부에 정보보고 형식으로 올린 275쪽 분량의 대외비 자료다.
문건에 따르면 1987년 1월 19일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고문치사사건 수사 중간보고’ 내용 중 ‘확정된 사실관계’라는 목차 아래 ‘구속 피의자 2명 뿐’, ‘상급자 등 교사·방조 없음’ 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을 송치 받은 날은 문건 작성 다음날인 1987년 1월 20일이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이 사건 송치를 받아 피의자들을 수사하기도 전에 사건 내용을 확정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건에는 사건의 진실 규명보다는 여론의 파장 축소에 주력하면서 유가족을 집중 사찰한 정황도 나타나 있다. 문건의 수사 지휘 내용 중에는 ‘피의자 상대 수사는 사건 송치 전 치안본부에서 완결되도록 수사 지휘’, ‘흥분된 매스컴의 보도열기를 가라앉히는 조용한 수사 마무리’라고 적혀 있었다고 서 의원은 전했다.
또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은 사건 발생 직후 박종철 씨 유가족이 누구와 만나는지, 당시 야당인 신민당 인사들을 접촉하는지, 국가배상소송을 준비하는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동향보고서를 작성해 법무부 등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은 “당시 검찰은 경찰 수사결과에 맞춰 ‘짜맞추기 수사’를 하려 했던 것”이라며 “박 후보자는 어서 빨리 대법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하는 것이 민주열사와 유가족에게 사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7일 예정돼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