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 9단
[일요신문] ‘괴동’의 감동적인 눈물에 바둑계가 들썩였다.
2일 열린 제20기 GS칼텍스배 결승4국에서 ‘괴동’ 목진석 9단이 ‘독사’ 최철한 9단을 상대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260수만에 백으로 2집반을 남긴 승리다. 종합전적은 3승 1패. 결승1국을 패한 뒤 내리 3연승으로 이뤄낸 역전 우승이라 감격은 더 컸다.
승부가 끝나고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목진석 9단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2000년 제19기 KBS바둑왕전 우승 이후 15년 만에 타이틀 획득이다. 한때 국내랭킹이 26위까지 밀려 ‘한물갔다’라는 소리까지 오고갔던 목진석 9단이다. 35세, 바둑계로 치자면 ‘노장’의 나이에 타이틀을 거머쥔 그의 눈물을 보고 해설자도 진행자도 감정이 복받쳤다. 35세 우승은 ‘신산’ 이창호 9단도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이다.
강적 최철한 9단을 상대로 목진석 9단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회 전 최철한과의 전적은 7승 19패로 목진석은 한참 밀려있었다. 결승 전 목진석 9단은 “역대전적에서 많이 뒤지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서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바둑판만을 보고 승부를 치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승3국을 지나 4국을 앞두고는 ‘우승’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상당했다고 한다.
한편 목진석 9단은 국내 바둑계에서 ‘괴동(怪童)’으로 불린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괴상한 아이’다. 1995년 초단으로 롯데배 한·중대항전에 출전해 당시 세계바둑계를 호령하던 녜웨이핑 9단을 꺾으면서 얻은 별명이다. 이후 기대만큼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베테랑이 된 ‘괴동’은 “바둑돌을 들 힘이 남아 있는 한 승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리고 15년 만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감격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최철한 9단은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결승에 올랐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2006년 준우승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준우승이기에 아쉬움이 크다.
GS칼텍스배는 국내 기전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이번 대회는 한국기원 소속기사 256명이 출전해 예선을 시작했다. 제20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의 우승상금은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500만원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