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이전 지도부에 비해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돌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여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것은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탓도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이완구(원내대표)-주호영(정책위의장)-김재원(원내수석부대표) 트리오와 이번 원내지도부가 현격히 대비되고 있다. 4기 원내지도부가 역할 분담과 책임감 면에서 팀플레이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공격과 수비를 혼자 하며 1인3역을 수행하다 보니 개인 역량으로는 이전 원내대표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팀워크 면에서는 과거 원내지도부와 비교해 열위에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가 정책위에 넘겨줄 것은 넘겨야 하는데 정책위 깜냥이 수월하지 않고,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에서 알아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원론적인,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공개석상에서 하고 있으니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전 원내지도부에서 정책보좌 역할을 했던 정가 인사들을 찾아가 일일이 확인해봤다. 이완구 원내대표 체제 때 역할이 상당했던 한 관계자의 과거 현재 대차대조는 이랬다.
“이완구-주호영-김재원 트리오의 역할은 분명했다. 김 수석부대표가 상대의 약을 돋우며 공격을 한다. 하지만 앞에서는 싸워도 뒤에서는 손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김 수석부대표는 딜이 필요할 땐 5 대 5를 마지노선에 두고 10 대 0부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말도 안 된다고 화를 내면 주 의장이 나서 중재를 했다. 7 대 3, 6 대 4 정도로 만든다. 그 뒤 이 원내대표가 나서서 야당 덕담을 했다. ‘우리는 대화가 된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참 훌륭한 분이다’라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확실했으니 작전 미스는 없었고, 패턴은 한결같았지만 늘 이기는 구도를 만들었다.”
정책위의장단 몸담았던 한 여권 인사는 이런 평가를 내놨다.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얼굴마담이었다. 지난한 과정이 끝나고 빛날 일이 있으면 카메라 앞에 섰다. 대신 권한과 책임을 내려준 것은 사실이다. 과거 특임장관 등을 역임했던 주 의장도 나름의 정치력을 가지고 여당과 협상에 임했고, 김 전 수석부대표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김 전 수석부대표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와의 교감이 좋았던 덕이 컸다고 본다. 주 의장 측에서 일이 많다고 힘들어한 것은 사실이지만 존재감만은 확실히 어필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친이에서 색깔을 바꿔 청와대 정무특보까지 하는 것 아니겠는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분투’가 처절한 것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관계 탓도 있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러 현안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원내 현안은 원내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는 원칙도 그렇지만 최근 처리해야 할 산적한 일들에 뾰족한 수가 없어서 거리를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특히 4·29 재보선에 올인하고 있는데 지원유세도 “내가 당대표니 이 후보를 뽑아주면 이런 직책을 주겠다. 이런 공약을 성사시키겠다”며 자신의 존재감을 오히려 어필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로선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대구의 한 의원은 “궂은일과 설거지를 해주고 악역을 자처할 사람이 없다. ‘의리의 돌쇠’가 필요한데 유 원내대표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이완구 원내대표 체제에서 주호영 김재원 의원 말고도 윤영석, 이장우, 박덕흠 의원 등이 이 원내대표의 입과 귀가 되어줬다. 이런 분들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의 다른 의원은 “황우여 당 대표 때 이한구, 최경환 원내대표가 있었는데 청와대 연락소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친박색을 크게 띠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박계가 당을 장악했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전략적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뭔가 매끄럽게 흘러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간의 관계도 그리 매끄럽게 흘러가는 분위기는 아니다. 3월 31일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 공약발표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청와대에선 최근 “여권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무성-유승민 지도부가 야당에 밀리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비친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공사석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공무원연금 개혁만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잘 하는 일로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협상력이다. 4선이지만 콘텐츠 확보와 정치력이 검증이 되지 않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언론의 조명 아래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를 두고 ‘경선용’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이유는 당직자 출신으로 자기 분야가 없다는 데 있다. 소장파 대표격으로 친이계 핵심이었지만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가져야 할 협상력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그를 두고 한 친이계 인사는 “박찬종, 이회창, 이명박 등 거물들을 모신 경험은 있지만 어떤 일을 창조적으로 하기보다는 시키는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친이 색채가 너무 강해 친박계와의 교감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현안이 많은 만큼 역할 분담보다는 현안 나누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원 정책위의장이 건보료나 연말정산 문제를 맡고,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부대표단이 복지 구조조정 등 일부 현안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4월은 정치권에도 잔인한 달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의 원내 시스템이 원활한가가 승부의 관건이 된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