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 2013년 2월 9~11일 설 연휴기간 마카오 MGM카지노를 방문해 160만 홍콩달러(약 2억 2500만 원) 상당의 도박을 한 정황을 포착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 10~14일 5일간 다시 같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750만 홍콩달러(약 10억 5000만 원)를 잃고 현지 사채업자에게 빚을 졌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검찰은 신안그룹 금융 계열사가 대출 알선료를 받고 불법 영업을 벌인 혐의를 적발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속초지청은 지난 3월 20일 서울 대치동 소재 신안저축은행과 대부업체 그린C&F대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동해해양심층수 개발업체인 W 사의 김 아무개 회장에게 신안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해 주고 수억 원대 수수료를 받은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23일 정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불법 대출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함께 박 회장과 정 씨가 불법 대출로 마련한 수십억 원의 수수료 중 일부를 필리핀·마카오 도박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박 회장이 마카오 현지에서 사채업자에 빚을 진 단서가 발견되면서 정 씨가 마련한 불법 대출 수수료가 이곳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안그룹 관계자는 “신안저축은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출을 진행했으며 박 회장이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 구속된 정 씨가 박 회장과 안면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 관계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비자금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평소 행태로 봤을 때 굳이 불법 대출을 통해 도박 빚을 마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내기골프 행각에서도 드러났듯이 박 회장의 경우 돈이 필요하다면 하청업체를 통해 손쉽게 돈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굳이 불법 대출에 관여하면서까지 도박 빚을 마련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얘기지만 전남 신안 출신인 박 회장은 호남 정치인들에게 가서는 ‘호남이라 돈을 주면 오해 산다’는 핑계를 대고, 영남 정치인들에게는 ‘당신들께 주면 호남 정치인들에게도 줘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로비로는 돈을 안 쓰는 사람으로 유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