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와 세 번째 부인이었던 수전 슈나이더, 딸 젤다(AP/연합뉴스). 작은 사진은 윌리엄스 아들 재커리(왼쪽)와 코디.
사실 윌리엄스는 생전에 가족들이 행여 다툼을 벌이지 않도록 철저하고 신중하게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다. 대부분의 재산을 신탁으로 운영했으며, 재커리(31), 젤다(25), 코디(22), 세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단계적으로 이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가령 자녀들이 21세가 되면 먼저 재산의 3분의 1을, 25세가 되면 남은 재산의 절반을, 그리고 30세가 되면 나머지 재산을 전부 물려받도록 했다. 2011년 결혼식을 올린 슈나이더에게는 혼전계약서를 통해 캘리포니아의 티뷰론 저택을 포함한 일부 재산을 물려주도록 되어 있었으며, 슈나이더 앞으로도 따로 신탁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만 해도 유가족들이 유산 분쟁을 벌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터졌다. 윌리엄스와 슈나이더가 함께 거주했던 티뷰론 저택에 있는 유품들의 소유권을 두고 슈나이더와 세 자녀 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윌리엄스가 유년 시절 사용했던 물건들과 사무실 비품들, 의상, 각종 트로피, 턱시도, 사진, 자전거, 액션 피규어 컬렉션, 스포츠 기념품, 희귀 서적, 동전, 시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은 슈나이더 측이었다. 슈나이더의 변호인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8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누군가 저택에 침입해 내 물건들을 가져갔다”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그녀가 말한 ‘누군가’는 윌리엄스의 유언 집행인을 뜻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윌리엄스의 세 자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허락 없이 저택에 침입해서 보석을 비롯한 유품들을 임의로 가져가고 있으니 이를 금지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윌리엄스의 세 자녀들은 슈나이더의 이런 주장을 거짓이라고 일축하면서 “우리들이 마치 티뷰론 집에서 물건을 훔쳐갔다는 듯한 의미의 발언은 비열하며, 진실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오히려 슈나이더가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막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실 세 자녀들은 슈나이더가 결혼 기간 동안 형성한 물품들에 대해서는 슈나이더의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있는 상태. 하지만 변호인은 “문제는 슈나이더가 유언장의 일부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수정하려고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령 유언장에 자녀들에게 물려준다고 적힌 ‘보석류’라는 단어의 의미를 수정해서 윌리엄스가 생전에 수집했던 고가의 시계들을 가로채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 자녀들은 이 시계들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슈나이더 측은 유언장에 언급되어 있는 ‘보석류’에 시계들을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윌리엄스가 결혼 전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취득한 물품들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나는 윌리엄스가 결혼식 때 입었던 턱시도와 결혼 예물 등을 원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티뷰론 저택의 물건들 가운데 윌리엄스와 결혼한 후에 공동으로 소유했던 물건들과 유명인이 아닌 개인으로서 수집한 물품(만화책, 액션 피규어, 연극 가면, 영화 포스터 등)은 자녀들 유품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윌리엄스가 60세 이후에 촬영한 사진들과 티뷰론 저택의 가구와 비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로빈 윌리엄스가 세번 째 부인 수전 슈나이더에게 유산으로 남긴 티뷰론 마을 저택.
지난 7개월 동안 팽팽히 맞섰던 양 측은 지난달 말 재산 분할과 관련해서 서로 합의를 보기로 잠정 결론지었다. 수백 개에 달하는 유품을 슈나이더와 재혼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서 공평하게 분배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윌리엄스의 재산은 2012년 당시 1억 30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했지만 두 번의 이혼에 따른 막대한 소송비 탓에 결국 5000만 달러(약 550억 원)밖에 남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사망 당시 윌리엄스가 남긴 부동산은 모두 두 채였다. 나파밸리에 위치한 ‘빌라 소리소’ 맨션은 약 2600㎡ 부지를 자랑하는 대규모 저택이지만 재정 형편이 어려웠던 윌리엄스가 지난해 4월 매물로 내놓으면서 현재 헐값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2990만 달러(약 327억 원)였던 매물가는 지난해 11월 2590만 달러(약 283억 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슈나이더가 거주하고 있는 티뷰론 저택은 너비 603㎡ 규모의 저택으로 현재 시세는 약 600만 달러(약 65억 원)다.
이밖에 저작권이나 초상권 등 무형 자산을 통해 자녀가 받게 되는 유산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윌리엄스의 유언에 따르면 사후 25년간 그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2039년까지 자신의 이미지나 이름을 광고나 영화 속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해 놓은 탓이다. 대신 이름, 목소리, 사인, 사진, 초상권 등의 모든 권리는 비영리 단체인 ‘윈드폴 자선재단’으로 이전해 놓았다.
이는 사후에 발생할지 모르는 세금 폭탄으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마이클 잭슨의 유족들은 지난 2014년 미 연방 국세청으로부터 5억 500만 달러(약 5530억 원)의 세금과 1억 9700만 달러(약 2150억 원)의 벌금 등 총 7억 200만 달러(약 7687억 원)의 세금을 체납했다고 통보받은 바 있다. 잭슨의 유산 가치를 축소 신고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 잭슨 측은 사망 당시 잭슨이 남긴 재산이 700만 달러(약 76억 원)에 불과하다고 보고했지만 국세청은 11억 2500만 달러(약 1조 2300억 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렇게 유족과 국세청 간에 의견이 엇갈린 것은 초상권과 신탁 재산에 대한 평가액에서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