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테러를 진압하는 특수요원이라고 속이고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6일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는 강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 씨(35)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우연히 알게 된 A 씨(여․30)에게 자신이 특수부대 출신 요원으로 경호원 일도 한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A 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내 집에서는 절대 다른 물건에 손대지 말고 지문을 남겨서도 안 된다. 불도 켜면 안 된다”며 A 씨를 겁주고 성폭행했다.
그 다음 주에는 A 씨에게 잔인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위협했다. 김 씨는 A 씨를 다시 집에 데려가 컴퓨터로 남자 2명이 무릎 꿇은 사람의 손과 목을 흉기로 자르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내가 외국에서 테러 진압을 했던 영상이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위협한 뒤 A 씨를 때리고 성폭행했다.
이후에도 김 씨의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A 씨를 수차례 집에 데려와 권총과 칼을 보여주며 겁을 줘 성폭행하고 A 씨가 자신의 요구를 잘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장실 욕조로 끌고 가 샤워기로 뜨거운 물을 뿌리기도 했다.
A 씨는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김 씨를 고소했다. A 씨는 김 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신변 보호 요청까지 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협심증에 시달렸다.
한편 김 씨는 이전에 철거 현장이나 보안업체 등에서 일했으나 A 씨를 만날 당시에는 특수요원은커녕 무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씨는 왼팔에 ‘H.I.D.’라고 쓴 문신을 하고 군복을 입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국군 정보사령부(H.I.D.) 무술 교관’이라고 소개했다.
또 철거현장에서 몸싸움하다 입은 팔의 흉터를 보여주며 테러를 진압할 때 생긴 상처라고 거짓말을 하고, 배에 있는 맹장수술 자국은 북파공작원 활동을 하다 입은 총상이라고 꾸며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A 씨의 가족들까지 해치겠다고 협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피해자의 가족을 볼모로 특정한 언행이나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해 그 죄질이 몹시 나쁜데도 이를 전혀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김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혀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 “다만, 피고인의 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권고형량 범위(징역 4년 이상)와 범행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한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