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대리만족이나 호기심 때문인지 이 프로그램은 지난 8년 동안 인기 순위의 상위에 랭크돼 왔다. 하지만 힘든 일이 많은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도 남게 마련. TV화면에 담겨지지 않은 촬영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이제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직업의 수만 해도 1천여 가지에 달한다. 대변을 수거하는 일에서부터 애완견 다루는 일까지 직업도 각양각색.
화려함과 고상함을 뽐내는 연예인들에겐 쉽지 않은 체험들이지만 일당을 벌어 불우이웃을 돕자는 의도라서 출연 제의를 선뜻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반대로 담당 PD 입장에선 하루가 꼬박 걸리는 촬영 일정 때문에 인기 상한가를 달리는 연예인들을 섭외하기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때로는 출연자의 스케줄에 따라 체험할 ‘1일 직업’이 결정되기도 한다.
지난 8월17일 출연했던 세븐의 경우 지나치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지방 촬영이 불가능했다. 서울 시내에서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을 끝낼 수 있는 ‘일’이 필요했고 결국 명동의 ‘거리 일꾼’으로 직업이 낙점됐다. 당시 명동 상가에서는 예약돼 있던 물품 운반 작업을 오로지 ‘방송을 위해서’ 늦추거나 당겨주기도 했다고 한다.
출연자 섭외는 대부분 PD와 작가선에서 결정되지만 때로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먼저 제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체험 삶의 현장> 자체가 교양프로그램의 이미지 성격이 강하고 ‘노동을 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요구는 선거철을 앞두고 폭주한다는 것이 담당 작가의 귀띔. 이들의 경우 서민층을 의식해서인지 유난히 3D직종을 마다하지 않고 맹렬히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촬영을 위해서 때로 직업이 ‘변형’되는 경우도 있다. 탤런트 김혜리의 경우 애초 마사회의 잡일을 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 마사회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말의 변과 오줌을 받아내고 청소하는 것.
▲ 세븐(왼쪽), 김혜리 | ||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워낙 방송국 촬영이 빈번하다보니 담당작가로부터 촬영하고 싶다는 전화가 오면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구성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체험…>의 높은 시청률 때문에 업체의 입장에서는 짭짤한 홍보효과를 덤으로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슈가가 출연했던 애완견 농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농장 담당자들도 “촬영 이후 애완견에 관한 문의가 폭주해 쉴 틈이 없다”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회사 이미지도 좋아져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셈”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런가 하면 일자리 제공 업체와 ‘경쟁사’인 경우 “우리한테도 와 달라”는 협박성 요구를 해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물론 업체 홍보를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대부분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출연자들이 어느 정도의 일당을 받느냐 하는 점도 시청자들에겐 색다른 재미다. 업체에서는 ‘비싼 몸’을 모셔놓고 ‘평범한’ 비용을 주기가 미안해 좀 더 많은 액수를 건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븐이 출연했던 명동상가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돈을 일당으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하루 일당은 5만원 안팎. 제작진들은 상가에서 ‘좋은 일이라 내는 돈’이라며 기분 좋게 내놓았지만 이들이 권하는 지나친 액수의 돈은 거절했다고 한다.
일부 고용 업체는 작가에게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때면 늘상 ‘원래 주는 대로 주면 된다’는 대답을 하지만 대다수 업체에선 지난 프로그램에서 업체들이 낸 돈을 기준 삼아 일당을 내놓는다고. 자선에도 ‘평균율’이 있는 셈이다.
강수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