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지도의 강부자. | ||
때문에 연예계 내부에서는 ‘△△는 누구에게서 배우라’는 일종의 ‘묵계’가 존재한다. ‘연기는 강부자, 창법은 박칼린, 트로트는 백인영, 개그는 김미화’라는 ‘공식’이 그것이다. 이들이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실력자들이고 강습이 대부분 ‘맨투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자’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에게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력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이들과 인연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예계를 움직이는, 이들 연예인 ‘조련사’들을 취재했다.
그 이름도 독특한 박칼린(36)은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음악가 사이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음악감독이다. 특히 젊은 가수들로부터 ‘스승’으로 불린다. 6년 전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오페라의 유령> 등을 통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국악 무대에서 독창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공연예술 관련 학과가 있는 학교라면 대부분 그녀의 강의가 있거나 있었을 만큼 교육에도 열성적이다. 요즘 그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제자’는 뮤지컬 배우를 겸하는 쏘냐와 비, 그리고 별. 모두가 데뷔 직전이나 초에 박칼린의 손길을 거쳐간 가수들이다.
특히 쏘냐의 경우 19세의 어린 나이에 <렌트>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랄 정도였다고. 하지만 바쁜 스케줄 때문에 몸을 혹사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별의 경우, 뛰어난 음색을 가지고 있음에도 너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그녀의 매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비는 애초에 댄스가수로 여겨졌지만 최근 부쩍 실력이 늘었다고 평했다.
▲ 창법의 박칼린과 트로트의 백인영. | ||
하지만 그녀가 ‘사부’로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진짜 제자들도 적지 않다. 수련과정이 힘들어 포기하는 듯했던 한 가수가 어느덧 ‘득음’을 하고 자랑스럽게 나타나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평생 살면서 세 명의 진정한 제자가 있다면 스승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분야의 ‘조련사’로는 단연 ‘대모’ 강부자가 꼽힌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강의를 부탁해오기도 하지만 난 자신감과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며 “제자를 키운다는 건 섣불리 시작해서도,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과거 그녀는 ‘끼’가 보이는 후배의 매력을 발견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지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자를 키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최근에도 많은 후배들이 배우려고 찾아오지만 웬만해선 그녀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고 한다.
그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예인이지만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이름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며 연기 지도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집안에서 수업을 했던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강부자는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연기 지도를 하면서도 파김치가 된 제자를 위해 직접 택시를 불러줄 정도로 ‘속정’이 깊었다고 한다.
강부자가 주로 사용했던 연기 지도법은 시 낭송법. 호흡과 시선처리, 감상의 느낌 등이 연기와 비슷하며 감정 절제 능력까지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끼도 중요하겠지만 ‘될 사람’은 노력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매달리는 제자에겐 내칠 방법이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 개그의 김미화. | ||
그가 가수들을 가르치는 실전적 방법 중 하나가 ‘남대문 상인 창법’. 매번 외칠 때마나 고객 한 명 한 명을 강렬하게 쳐다보는 시선처리며, 목적의식이 분명한 제스처와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가수의 자질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트로트 가수 최유경, 이명주와 함께 남대문시장을 거닐며 수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에 10시간 넘게 훈련을 시키는 ‘혹독한’ 사부로도 알려져 있다. 담력을 길러주기 위해 과거 유행했던 ‘스탠드바’ 무대에 ‘제자’들을 억지로 세우기도 했었다. 또 트로트 가수는 밤무대에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술손님과 벌어질 수 있는 불쾌한 일들에 대한 ‘준비’를 따로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든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인해 아예 가수의 길을 포기한 수련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개그 분야의 조련사로는 단연 김미화가 손꼽힌다. 그녀는 10년 전 ‘쓰리랑 부부’로 한창 인기를 끌 때부터 이미 코너를 전담해 대본을 작성하고 후배들에게 연습을 일일이 시키기도 했다. 개그콘서트 역시 김미화의 작품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당시 그녀는 ‘끼’ 있는 후배들은 무조건 받아들이는 ‘전략적 방법론’을 구사해 개그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한 멤버는 “김미화 선배의 도움으로 방송활동을 하게 된 개그맨도 많았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연기, 학벌에 관계없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분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그맨 박미선, 박준형이 여러 후배 개그맨들의 힘을 북돋우며 연습을 채근한다. 비록 ‘스승’까지는 아니지만 기획회의 때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수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