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소식지 ‘리더들의 책장’ 코너에 등장한 이시형 씨.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올해 1월 전무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 씨의 탄탄해진 회사 내 입지와 연관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통령 차명 소유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이 씨 행보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정권과 가까웠던 기업 또는 인사들이 대거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까닭에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자원외교는 지난해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된 데 이어 지금은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서초동 주변에선 이 전 대통령이 최종 타깃이 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친이계 의원들이 현 정부 사정 드라이브에 대해 ‘새머리 기획(정병국)’, ‘정치 검찰(이재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
그동안 이 씨는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조차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려해 왔다고 한다. 입사 초반엔 이 씨가 출근조차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였다. 직원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다스 관계자는 “이 씨가 낙하산 꼬리표를 떼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이란 신분 때문에 직원들과 어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해외 파트 부문이다 보니 출장이 잦아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내곡동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던 이 씨가 또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본지는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부장급이던 이 씨가 미국과 중국 등 다스의 해외 역점 사업에 직접 참여한 장면을 보도했다. 이 씨가 해당 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이 알려지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지만, 정작 다스 내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다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 때 처음 알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아니냐. 조금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이 씨가 지금까지의 ‘은둔 모드’에서 벗어나 내부 소통을 모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씨는 4월 초 발행된 다스 소식지 속 ‘리더의 책장’이라는 코너에 등장했다. 분기별로 발행되는 소식지에 주요 임원들이 평소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코너다. 총 3페이지에 걸쳐 이 씨 사진이 두 장 실려 있었고, 모두 다스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 씨 얼굴은 내곡동 특검에 소환됐을 때보다 다소 살이 붙은 듯 보였지만 짧은 머리와 안경은 그대로였다.
‘이시형 전무가 추천하는 도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씨는 세 권의 책을 소개했다.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폭스바겐은 왜 고장 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노는 만큼 성공한다>가 이 씨 추천 도서였다. 이 씨는 직접 기고한 글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업 스토리 개발을 강조했다. 또 열심히 사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어떻게 놀 것인가를 고민해볼 것도 제안했다.
이 씨의 이러한 스탠스는 해외사업 실적과 전무 승진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이 씨가 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이 전 대통령 일가가 다스를 둘러싼 여러 구설과 관련해 갖고 있던 부담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됐음을 알게 해 줄 뿐 아니라 향후 다스 후계자로서의 이 씨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씨가 부각되면 될수록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차명 보유 의혹은 언제든 재 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의원이 2013년 8월경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건넨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엔 조용히 있다가 끝나자마자 시형 씨를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기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진짜 주인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스는 아직 끝난 사안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분명히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