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류 후퇴는 일본경제의 장기 침체와,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G2국가로 부상함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과 미일중 간 상호 교역 내용의 추이가 그것을 선명하게 말해준다.
그 기간 동안 한국의 대 미국 교역 비중은 20%에서 10%로, 일본과는 16%에서 9%로 반 토막이 났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은 한중교역으로 9%에서 21%로 늘어났다. 한중 교역비중이 미국 일본과의 교역을 합한 것보다 많아진 것이다.
정치적 후퇴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들어선 2012년 이후 잇단 우경화 조치의 결과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을 비롯해 무기수출 허용,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 등 군국주의 노선을 난폭하게 역주행해 왔다. 이달 들어 발간된 2015년도 일본 외교청서에는 ‘한국과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조항을 빼버렸다. 청서의 독도부분도 일본이 러시아에 의해 강제점령 당했다고 주장하는 북방4도보다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일본은 역사 안보 경제면에서 북방 4도에 걸린 이해관계를 독도보다 중시해 왔다. 명백히 한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다.
아베 정권의 이런 태도에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우방은 일본뿐, 한국은 중국편이라며 한미 간을 이간하려는 노림수도 엿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에 동조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불참했으나 한국과 유럽국가 등 미국의 다른 우방들이 대거 참여하자 당혹해하고 있다.
일본의 이간책이 통했는지 미 국무부의 웬디 셔먼 정무차관은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의 적을 비난하면서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은근히 한국 대통령을 비방했다.
오는 29일 아베는 미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태평양전쟁의 교전 당사국인 미국의 의회 연설인 만큼 전쟁을 미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그간의 행보로 비추어 사죄를 하더라도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미 한일관계의 핵심과제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 정부의 위안부 동원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의도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기억할 것은 10년 전 나카소네 전 총리가 한 말이다. 그는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안 하는 것은 후퇴도 패배도 아니며, 용기 있는 결단일 뿐이다. 야스쿠니에 합사된 전범 14명을 분사(分祠)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에 결코 전쟁은 없다”고 했다. 미국도 한미를 이간하고, 미중을 대결케 해서 일본국민을 군국주의 시대의 환상에 매어두려는 아베 정부의 노림수를 직시해야 한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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