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은 ‘농구계의 유재석’이라고 불릴 만큼 공식석상에서는 모범적인 답변을 하지만 사석에서는 유머가 철철 넘친다고 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부 팬들은 양동근 선수를 ‘농구계의 유재석’이라고 부르더라.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아마 겉모습이 아닌 인터뷰 내용 때문일 것이다. ‘맨날 똑같은 얘기만 한다’, ‘재미없다’, ‘지겹다’ 등등.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보니 하고 싶은 얘기를 참거나 말을 가려서 하는 편이다. 유재학 감독님도 항상 말을 조심하라고 얘길 하시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면서도 꽤 신경을 쓰게 된다.”
―반면에 친한 사람들, 선수들과 있을 때는 전혀 다른 양동근이 된다고 하던데.
“그런 얘길 누구한테 들었나(웃음). 맞다. 공식적인 틀을 벗어나면 가장 나다운 모습이 나온다. 후배들이 수다쟁이라고 놀릴 정도로 말이 많다. 개콘보다 더 재미난 얘기들도 마구 쏟아낸다.”
―안티가 ‘제로’라고 하더라. 진짜 그런가?
“어휴 무슨 말씀을. 굉장히 많다. 농구를 투박하게 한다, 개인기도 없다, 인터뷰도 재미없다, 등등. 그런데 난 어떠한 내용의 댓글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악플을 다는 사람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하며 잊어버린다. 내가 이상한 건지 몰라도 댓글에 신경 쓸 정도의 여유가 없다.”
―개인 최다 5회 우승과 화려한 팀 성적에 비해 스타플레이어로서의 지명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인정한다. 이상민, 김승현 선배들처럼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나도 문제지만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 농구대잔치가 전부인 줄 알았다. 지금은 농구 말고 볼거리가 너무 많다.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를 봐도 그 시절 농구는 대단했다. 만약 ‘응답하라 2015’라는 드라마를 만든다면? 별로 나올 게 없을 것만 같다(웃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경기 외적인 문제들이 부각된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챔프전을 이끌어가는 ‘선수’는 없고 ‘KBL 관계자’만 존재한 듯한 느낌이었다.
“상당히 아쉬웠다. 선수나 감독님 기사보다는 다른 분들 얘기가 더 많이 거론되는 상황이. 내 꿈이 지도자인데, 이번에 새로운 꿈을 하나 더 갖게 됐다. 앞으로 우리를 보고 농구하는 후배들, 농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아이들에게 지금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농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점이다. 후배들한테는 이런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팀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다. 선배들도 책임 의식을 갖고 농구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진제공=KBL
“비방송용과 방송용 멘트 중 어떤 것을 원하나.”
―둘 다 부탁한다.
“비방송용이라면 ‘그래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방송용으로는 ‘동부도 상대하기 버거웠지만, 전자랜드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을 갖고 경기하기 때문에 동부보다 더 고전하지 않았을까’다. 어떤 상황이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동부의 허웅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양동근 선수를 막기가 버거웠다고 하던데.
“혼자 수비하기는 힘들다. 웅이는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는 선수라 더더욱 고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인 아닌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반면에 (박)찬희(KGC), (김)태술(KCC)이가 수비에 나서면 내가 좀 버겁다. 그들은 전체적인 수비를 조율하면서 마크해오는데다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종종 막힐 때가 있다. 뒤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을 뚫기가 어렵다.”
―모비스의 세대교체에 대한 얘기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계속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실력 있는 신인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었다. 문태영이 팀과 재계약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선수가 와도 태영이 형만큼의 능력을 보일 수는 없다. (이)대성이도 군 입대 예정이고, 외국인선수 라틀리프도 계약이 만료돼 팀을 떠나게 된다. (함)지훈이랑 후배들이 잘 해줘야 한다. 어린 후배들이 많이 성장해야 감독님의 주름살이 줄어들 것이다. 나도 큰 역할을 해야 하고.”
―만약 감독이 돼 팀의 포인트 가드를 뽑는다면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 주희정 김태술 김시래’ 중 어떤 선수를 뽑을 것 같나(양동근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대답을 나중으로 미뤘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상민 감독이다. KCC 시절 추승균 선배와 맥도웰을 아울렀던 ‘신의 가드’ 아니었나. 아마 이상민 선배 같은 가드는 더 이상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런 플레이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다.”
―이상민(삼성), 추승균(KCC), 그리고 조동현(kt) 신임 감독까지,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도자를 목표로 하는 입장에선 관심 있게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기하다. 한때는 같이 뛰었던 선배들인데 지금은 정장을 하고 벤치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그분들이 가는 길이 후배들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까이서 많이 배우고 싶다.”
―유재학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양동근이 지도자가 되면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씀하셨더라.
“뛰어넘기보단 감독님의 모든 부분을 닮고 싶다. 전술부터 시작해서 농구 지도에 대한 열정까지 많은 걸 배우고 싶다. 그래서 감독님이 말씀하실 때는 항상 메모를 해왔다. 그게 지금은 습관처럼 이어져 왔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감독님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근처에라도 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프로 데뷔 후 9시즌 동안 양동근은 큰 부상 없이 거의 전 경기를 뛰었다. 9시즌 평균 출전시간이 34분 3초. 평균 12.6점에 5.1어시스트, 1.6스틸. 정규시즌 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로 MVP만 5회 수상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만 5개. 3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동부 김주성과의 나이 차이가 두 살밖에 나지 않는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는다. 오늘 몸이 부서져라 뛰고 내일 은퇴를 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철인’, ‘절박함’, ‘독기’가 오늘의 MVP 양동근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