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사진=서동철기자>
[일요신문] 지난해 4월 16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특히,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선생의 희생자가 많아 더욱 안타까웠다. 평소 ‘학생중심’을 외치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심정이 남다를 것이다. 지난 6월 취임과 동시에 안산 단원고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았던 이재정 교육감을 만나 세월호 참사와 경기도교육의 희망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써 1년이 지났다. 심정은 어떠한가.
올해도 노란 유채꽃이 피었다. 제주도 유채꽃밭으로 떠났던 우리의 친구들이, 아들 딸 들이 별이 되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의 잘못이다. 너무나 큰 비극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는 너무 안이했고, 상황파악도 늦었으며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긴 시간동안 단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지 못한 무거운 마음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고인들과 유가족 앞에 용서를 구한다. 아직도 학생 4명과 선생님 2명 등 아홉 분이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야할 교육감으로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 자리가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어떻게 잊겠는가”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세월호의 참극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성찰해야 한다. 이루지 못한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우리 사회와 교육이 어떻게 되살려 놓을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 자녀들과 학생들을 어떤 존재로 인식해 왔는지 끊임없이 묻고 실천해야 한다. 4.16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성공’ 보다는 ‘생명’을 ‘경쟁’ 보다는 ‘행복’을 개인 중심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책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새로운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새로운 교육인 4.16 교육체제로, 학생중심 교육으로 희생자들이 남겨 놓은 뜻과 꿈을 이어 가겠다. 새로운 경기교육을 만들어가겠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잊지 않고, 250명의 학생과 12분의 선생님을 기억하겠다. 여러분의 꿈을 여러분의 사랑을 여러분이 남겨 놓은 뜻을 기억하겠다. 교육으로부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겠다. 삼가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한다.
-현 시점에서 시급한 교육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숙제는 세월호 참극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과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로 집약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자세를 가다듬고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과 절망, 희생 위에 경기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고, 이제껏 우리 사회가 관행으로 해왔던 모든 잘못된 것들을 고쳐내는 일이 희생자들에게 보답하는 책임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의 학교 체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확장시키기 보다는 그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학교가 장벽이나 틀이 되어 학생을 가두어 버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과 선생님의 교육현장을 가로막고 창의성을 무너뜨리는 교육제도는 과감히 바꾸고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바로‘4·16교육체제’이다. 4·16교육체제의 핵심은 경쟁에서 협력으로, 소수의 수월성 교육에서 모두의 협동교육으로, 획일적 교육에서 다양한 교육으로, 그리고 피동적인 교육에서 역동적인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한국 교육에 대한 새로운 상과 비전을 그려야한다. 4.16 이후의 한국교육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데 경기도교육청이 앞장서겠다.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중점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2014년의 열쇳말은 ‘혁신’이었다. 혁신의 요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고, 그간의 관행을 깨고, 조직문화를 바꿔 새롭게 나가는 것이다. 또한,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바로 학생이다. 모든 정책을 학생중심으로, 학생의 눈으로, 학생이 요구하는 것을 반영하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 경기도는 9시 등교와 상벌점제 폐지 등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이뤄왔고, 학생들이 어디에도 없었던 교육현장과 교육정책에서 학생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2014년이 학생중심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면, 2015년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집중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할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을전체가 학교가 되는‘마을교육공동체’이다. 특히, ‘꿈의 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핵심 사업이다. 꿈의학교는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워 학생들의 꿈을 만들어주고, 그 꿈에 접근해 진로를 설정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학교교육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동체의 공감대위에서 이루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학교가 있는 마을, 그 마을의 시민, 시민단체, 지자체,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사, 교직원 더 나아가 학부모들 학생들 학교의 교육을 위해서 지원하는 여러 지원기관들 모든 기관들의 공감대가 있어야만 학교교육이 제 몫을 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육현장을 담담하고 있는 교육가족 모두가 함께 손잡고 가야 할 공동체라고 생각하며, 늘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겠다.
-경기도교육감으로써 교육의 의미는
교육은 ‘희망’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토대로 자기성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본질이며,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경기교육은 우열을 갈라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도록 도울 것이다. 혼자만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삶의 지혜를 나누어 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면서 학부모가 행복하며,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당당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고 다양한 경기도에서부터 우리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